中 소비자에 아이폰 꺼짐 현상 사과…韓 소비자엔 영문 안내문만 ‘대조’
애플이 최근 아이폰 꺼짐 현상과 관련해 중국 소비자들에게 정중히 사과했지만, 한국 소비자들은 냉대한다는 비판을 받는 것은 두 나라 시장 규모의 차이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양국의 규제 당국과 소비자 반응에도 차이가 있다.
13일 애플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2016회계연도 사업보고서를 보면, 애플은 세계 시장을 북미와 남미, 유럽, 중화권, 일본, 그리고 나머지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구분한다.
이 중 중화권은 홍콩과 대만을 아우르지만, 중국 본토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나마 아태 지역의 핵심은 오스트레일리아이고, 한국은 ‘나머지 중의 나머지’로 사업보고서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올해 애플 전체 매출에서 중화권 비중은 22.5%에 달했다. 중국 제조사들의 안드로이드폰 공세가 거센 와중에도 여전히 일본 비중 7.9%의 3배에 가까운 거대 시장이다.
연간 아이폰 판매량 290만대를 토대로 역산한 애플코리아의 올해 매출을 약 26억5천400만달러(3조944억원)라고 할 때, 중화권은 한국의 18배에 육박하는 주요 시장인 셈이다.
더구나 애플은 2년 전만 해도 중국에서 시장 점유율 10%를 웃돌며 ‘가짜 애플’ 샤오미(小米)와 1~2위를 다퉜으나 올해 3분기 6.2%에 그쳐 5위로 고꾸라진 상황이다.
사정이 이래서인지 애플은 중국과 한국 소비자를 차별적으로 대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애플은 지난 8일 중국 소비자협회에 고위급 임원을 직접 보내 최근 불거진 아이폰 꺼짐 현상에 대해 정중히 사과하고 후속 대책을 설명했다.
이는 한국에서 아이폰 배터리 교환 프로그램을 영문으로만 안내했다가 불만이 제기되자 나흘 만에 뒤늦게 한글 공지문으로 교체한 애플코리아의 미온적인 대응과 뚜렷이 대조된다. 이후에도 공식 사과는 없었다.
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 한국보다 20배 가까이 더 큰 시장인데, 기업 입장에서는 중국 소비자를 더 우대하는 것이 당연할 수 있다”며 “시장 성장 여력도 중국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시장 규모뿐 아니라 규제 당국과 소비자의 반응에도 차이가 있다.
애플이 이번에 중국에서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대응한 것은 2013년 3월 중국 정부와의 갈등에 따른 학습 효과 때문으로 보인다.
당시 중국 관영 CCTV는 ‘315완후이(晩會)’라는 프로그램에서 애플이 선진국 소비자들과 달리 중국 소비자들을 2등 시민 취급한다고 주장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애플이 지나치게 오만하다고 지적했다.
급기야 중국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이 애플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소비자협회가 비판 성명을 발표하는 등 ‘융단 폭격’이 이어지자 뻣뻣했던 애플도 납작 엎드릴 수밖에 없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어로 번역한 공개서한에서 “소통 부족이 소비자 불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오해를 불렀다”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와 달리 애플은 한국에서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을 사거나 규제 당국의 강력한 감독에 맞닥뜨린 일이 거의 없었다.
이번에도 애플코리아는 이미 공지된 배터리 교환 프로그램과 조만간 예정된 iOS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제외하면 별다른 공식 사과나 설명 없이 얼렁뚱땅 넘어갈 공산이 커 보인다.
지난 5월 아이폰 발화 사고를 겪고도 6개월 이상 정확한 원인을 설명 듣지 못했다는 소비자 이상규(32)씨는 “크게 다칠 뻔했는데 리퍼폰 지급 말고는 적절한 보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인제 와서 보상을 요구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애플이 우리나라 소비자를 대하는 태도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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