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談餘談] 금강산 그녀와의 약속/김정은 정치부 기자

[女談餘談] 금강산 그녀와의 약속/김정은 정치부 기자

입력 2010-04-10 00:00
수정 2010-04-10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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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26일. 태어나 처음으로 북녘 땅을 밟았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첫 당국 간 회담인 ‘1차 남북적십자회담’의 풀(Pool) 기자단으로 금강산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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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정치부 기자
김정은 정치부 기자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를 출발해 강원도 홍천,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를 지나 북측 출입사무소에 도착했다. 북한 군인들이 줄지어 있었다.

그들 가슴에는 김일성 주석의 배지가 달려 있었고, 내 가슴엔 태극기 비표가 달려 있었다. 같은 민족이지만 분명하게 구분됐다.

북한으로 떠나기 전날 밤은 잠을 설쳤다. 낯선 곳에 대한 경계심 때문이었다. ‘북측 지도자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면 안 된다.’거나 ‘노동신문을 바닥에 깔고 앉으면 안 된다.’는 것 등 오전에 있었던 방북교육 내용을 곱씹었다.

금강산 호텔에 도착하니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20대 여성 봉사단원 수십명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들은 힐끗힐끗 쳐다보며 수군거리다 눈이 마주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고개를 돌렸다. 급히 물수건이 필요해 한 여성 봉사단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녀는 순간 멈칫하더니 말 없이 물수건만 건넸다. 옆에서 지켜본 현대아산 측 관계자가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1년 만에 남측 민간인을 만나 어색해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날 저녁이었다. 우연히 봉사단원 3~4명과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물수건 그녀도 옆에 있었다. 10여분 지났을까. 그녀가 “북조선 처음 온 겁니까. 전엔 많은 남조선 사람들이 ‘금강산이 좋다.’며 온정리에 왔었습니다. 기자 선생 얼굴 기억할게요. 관광이 재개돼 꼭 다시 봤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고마운 마음에 “약속한다.”고 말했으나 본의 아니게 지키기 힘들 것 같다.

북한은 8일 밤 “남조선 당국의 자산인 금강산 면회소 등의 자산을 동결하고 관리인원을 추방한다.”고 발표했다. 금강산 관광 재개는 점점 멀어지는 듯하다.

관련 내용을 기사화한 뒤 귀가해 잠을 청하려니 8개월 전 그날이 떠올랐다. 방북을 앞두고 긴장감을 달래느라 잠을 설쳤던 그날과는 달리 헛헛함을 달래느라 잠을 설쳤다.

kimje@seoul.co.kr
2010-04-1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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