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황상민 설화/육철수 논설위원

[씨줄날줄] 황상민 설화/육철수 논설위원

입력 2012-11-05 00:00
수정 2012-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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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言)의 역사는 늘 재앙(禍)과 함께했다. 가장 좋은 의사소통의 도구이지만 가장 큰 상처를 주는 흉기이기도 해서다. 창조자가 말에 재앙을 숨겨놓은 뜻은 한마디를 하더라도 신중하라는 계시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도 자고이래로 숱한 사람들이 말의 재앙을 피하지 못했다. 말이 어렵고 무섭다고 해서 입을 막아 둘 수도(緘口), 혀를 묶어 둘 수도(結舌) 없으니 인간사 참으로 딜레마다.

 대선전이 한창인 요즘, 연세대 황상민 교수가 설화(舌話)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황 교수는 닷새 전 어느 텔레비전에 출연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 대해 ‘생식기만 여성’이라는 발언을 했다. 그는 전 민주통합당 여성 의원이 트위터에 올린 ‘박 후보의 여성 대통령론. 여성인 저는 왜 모욕당한 느낌이 드는 겁니까.’라는 질문에 “한국사회에서 여성으로서 생활한다는 것은 남자와 여자의 생식기가 다르다는 게 아니라 여성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을 보고 우리는 ‘여성’이라고 이야기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그런데 박 후보가 결혼을 했나요, 애를 낳았나요.”라면서 “(박 후보는) 생식기의 문제지 여성으로서의 역할을 한 건(없다)”이라고 했다.

 당장 새누리당 이정현 공보단장은 ‘언어테러’라며 격분하고, 김성주 공동선대위원장은 ‘정신병자 같은 교수’라고 했다. 새누리당은 어제 문재인·안철수 후보까지 싸잡아 여성대통령을 거부하는 ‘수구세력’이라고 몰아세웠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덩달아 편을 갈라 싸우고 사태는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황 교수는 그제 또 다른 텔레비전에 나와서 “새누리당 기관지 같은 언론매체가 왜곡한 기사를 다른 언론들이 취재도 하지 않고 대서특필했다.”면서 “대한민국의 언론들이 아주 쓰레기 상황임을 자인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말이란 듣는 사람의 느낌이 중요하고 가끔 자초지종을 건너뛰는 속성을 황 교수는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아무리 학술용어로 포장했다지만 그가 쓴 어휘는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듣기에 따라서는 심한 욕이 될 수 있다. 그런데도 실언을 인정하고 사과하기는커녕 언론에 화살을 돌리는 강심장이 놀랍다. 더구나 그는 심리학자다. 정신과 전문의처럼 마음에 상처받은 사람을 말(상담)로 어루만져 주는 전문가가 아닌가. 아무래도 그는 정파성에 빠져 말에서 ‘독(毒)’과 ‘가시’를 뽑아내는 요령을 잠시 깜빡한 듯하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12-11-0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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