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빛 발견] 내외/이경우 어문부장

[말빛 발견] 내외/이경우 어문부장

이경우 기자
입력 2019-04-10 22:44
수정 2019-04-1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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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내외는 진심으로 그가 마음에 들었다.’(한무숙, ‘만남’) 나이 있는 세대에게 ‘내외’는 익숙하게 읽힌다. 반대로 젊은 세대에겐 꽤 멀게 느껴진다. 이들의 일상에선 사라진 말일지도 모른다.

‘내외’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이들에겐 ‘안사람’이나 ‘집사람’, ‘바깥사람’이나 ‘바깥양반’도 편하게 들린다. 이전 시대 여성은 ‘집 안에 있어야 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집에 있었고, ‘안사람’ 혹은 ‘집사람’이 됐다. 남성은 ‘바깥사람’이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말은 그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관을 사회 곳곳에 더욱 확실하게 새겼다. 새로운 틀이 만들어졌다. 바깥(사회) 활동은 남성의 몫이었다. 남녀의 구별은 더 엄격해져 갔다. ‘내외’를 요구했다. 즉 ‘남녀 사이에 서로 얼굴을 마주 대하지 않고 피하는 일’은 유교식 예절이 됐다. ‘내외’는 이런 뜻도 담아 갔다.

‘내외’와 ‘부부’가 가리키는 대상은 같지만, 가지고 있는 의미는 많이 다르다. ‘내외’에는 이전 시대의 의식과 가치관이 뒤에 자리한다. 희미해졌다고도 하지만, 흘려보내야 하는 낡은 말이 돼 버렸다. ‘문 대통령 내외’, ‘트럼프 대통령 내외’. 달가워하지 않을 것 같다.

wlee@seoul.co.kr
2019-04-1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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