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기료 폭탄’ 한전에 2000만원 성과급이라니

[사설] ‘전기료 폭탄’ 한전에 2000만원 성과급이라니

입력 2016-09-22 22:48
수정 2016-09-22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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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했던 전기요금 폭탄 고지서가 날아들고 있다. 서민들은 누진제 요금이 겁나서 가마솥 더위에도 에어컨을 켰다 껐다 하며 속을 졸였다.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이 요금 고지서 앞에서 국민들은 또 새까맣게 속이 탄다.

사정이 이런데 울화를 더 치밀게 하는 소식이 들린다. 한국전력 임직원들은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성과급을 받게 되는 모양이다. 한전은 올해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A등급에는 기본급의 100%가 성과급으로 주어진다. 한전 임직원들은 일인당 평균 2000만원 가까운 보너스를 챙긴다는 것이다.

한전의 등급 실적은 지난해 B등급보다 높아졌다. 실적 상승의 배경에는 국제 원자재 가격 급락 등이 꼽히지만 무엇보다 봄부터 일찍 시작된 폭염 덕이 크다. 올해 이상 폭염으로 8월 전기요금만 해도 6월의 두 배 넘게 거둔 곳이 300만 가구에 이른다는 집계다. 올해 요금 수입이 고스란히 반영되는 내년에 한전의 경영 능력은 최고 성적표인 S등급까지 받을 가능성이 높다.

열심히 경영을 잘해서 많은 수익을 냈으면 직원들끼리 혜택을 나누는 것은 당연하다. 그 논리를 한전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할 국민이 몇이나 될까 싶다. 8월 전기료의 경우 누진요금 5~6단계에 해당하는 가구는 전달보다 5배 넘게 늘었다. 생존 차원에서 냉방기구를 쓴 것이 최대 12배의 징벌적 과태료를 물어야 하는 꼴이다.

공기업들의 과도한 성과급이 합당한지도 이번 기회에 심각하게 돌아봐야 한다. 손 하나 안 대고 코 풀고 있기는 국민건강보험공단도 한전 못지않다. 건보공단은 건강보험 재정 누적 흑자 20조원을 돌파하면서 과다징수 논란을 빚어 왔다. 그런데도 임직원들이 지난 5년간 성과급 명목으로 2200억원의 돈잔치를 벌였다. 대체 어느 국민이 곱게 봐줄 수가 있겠나. 누적 적립금은 국민 건강이나 저소득층 지원에 써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이러니 공기업들이 ‘신의 직장’인 것도 모자라 가뜩이나 빠듯한 서민들의 등골까지 뺀다는 소리를 듣는다.

여름 내내 여론의 뭇매를 그렇게 맞고도 전기료 누진제 개편안은 감감무소식이다. 더위가 물러가 여론이 잠잠해지면 대충 뭉개겠다는 계산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 당·정이 만든 태스크포스(TF)는 누진제 개편안 작업에 속도를 내길 바란다. 전기난방에 의존해야 하는 취약계층에게는 여름보다 겨울이 더 무섭다. 합리적인 전기요금 개선책이 하루가 급하다. 민생 챙기기가 먼 데 있는 게 아니다.
2016-09-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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