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어설픈 증인/문소영 논설위원

[길섶에서] 어설픈 증인/문소영 논설위원

입력 2014-03-22 00:00
수정 2014-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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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시내 서점에서 점심 시간을 보낼 때가 있다. 미국 서점은 카페가 연결돼 있어 종일 편안한 자세로 책을 읽고 돌려놓으면 된다. 한국 서점은 이용자에 대한 서비스 공간이 적어, 대부분은 책장 사이의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서 읽게 된다. 그날의 분쟁도 바닥에 앉아서 책을 읽던 사람과 통화에 열중하느라 못 본 채 걸어가다 사람을 밟은 10대 여학생 사이에 일어났다. 20대 여성은 “밟다니 눈이 없느냐?”라며 안하무인으로 욕을 퍼부었고, 넘어진 10대 청소년은 울먹울먹 죄송하다며 자리를 피했다. 너무 심했다. 잠시 후 친구와 보호자를 대동한 그 학생이 사과를 요구했다. 혹시 증인이 필요할까 싶어 옆에 서 있었다.

얌전해진 20대는 역시나 모두 발뺌을 했다. 이에 청소년의 친구는 “욕설뿐 아니라 폭력행사도 본 증인이 있다”고 주장했다. 사각(死角)지대에서 소리없이 물리적 폭력이 있었을까. “거칠고 위협적인 언행은 있었지만 직접적 폭력은 보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욕설을 퍼부은 사실을 시인하는 선에서 사과하고 분쟁은 종료됐다. 그러나 가해자나 피해자나 유리하게 상황을 왜곡하려는 시도는 꽤 씁쓸했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2014-03-2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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