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버스 인연/김균미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버스 인연/김균미 수석논설위원

김균미 기자
입력 2018-01-12 17:34
수정 2018-01-12 17:55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시내버스에 오르면서 나도 모르게 두리번거린다. 낯익은 얼굴들이 보이지 않는다. 새해 들어 두어 번 마주친 초등학교 저학년쯤 돼 보이는 아들과 유치원에 다닐 것 같은 딸을 둔 엄마다. 딸은 끊임없이 재잘거리며 애교를 부린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냅다 시청 광장 스케이트장으로 달려가는 세 식구 모습에는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멍하니 창밖을 보며 가는데, 갑자기 들려온 남자의 욕설에 졸던 승객들이 화들짝 놀란다. 버스에서 내리면서 옆에 앉았던 여성에게 쌍욕을 한다. 걸어가면서 유리창 너머로 욕설은 이어지고, 여성도 낮은 소리로 대꾸를 한다. 버스 안에서 우연히 옆에 앉은 장년의 남녀가 20여분 동안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저럴까. 며칠 전에는 한 여성이 운전기사한테 늦게 간다고 밑도 끝도 없이 따져 당혹스러웠는데 그 여성을 또 버스에서 만났다.

비슷한 시간에 출근하다 보니 버스가 맺어 준 인연 아닌 인연이랄까. 얼굴 붉히며 욕을 주고받은 그 사람들도 다시 맞닥뜨릴 수 있을 텐데.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새해에는 너나없이 화를 조금씩만 덜 냈으면 한다.

kmkim@seoul.co.kr
2018-01-13 2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