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엄지의 고통/박현갑 논설위원

[길섶에서] 엄지의 고통/박현갑 논설위원

박현갑 기자
박현갑 기자
입력 2019-03-10 23:38
수정 2019-03-11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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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가 오른손 엄지손가락에 두툼한 붕대를 감고 왔다. 편의점 문짝에 손가락을 찧였단다. “악~” 하고 외쳤다니 얼마나 아팠을까? 골절된 건 아닌지, 엑스레이는 찍었는지, 새로 손톱은 나는 건지 이것저것 묻는다. 의사가 골절은 아니고 손톱도 새로 날 것이라고 말했다니 다행이다. 그런데 한 달간 붕대를 감고 있어야 한다. 숟가락 사용이 힘들 것 같아 밥을 먹여 줄까 하니 손사래를 친다. 그러면서도 욱신거리는 통증 때문인지 인상이 밝지는 않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 하지만 엄지손가락 아픈 게 제일 불편하다.

신분증이 없어도 본인을 대신하는 게 엄지손가락이다. 무인민원발급기에다 엄지손가락만 대면 주민등록등본 등 원하는 증명서를 무료로 발급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엄지손가락을 못 쓰니 수수료를 내고 민원창구를 이용해야 한다. 엄지손가락은 짧지만 고통은 긴 셈이다.

엄지는 칭찬 수단이기도 하다. 상대를 칭찬할 때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는 게 일반적이다. 소셜미디에서도 ‘좋아요’ 버튼의 아이콘이 엄지손가락이다.

휴대전화를 끼고 사는 ‘엄지족’의 손가락 부상에 엄지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eagleduo@seoul.co.kr
2019-03-1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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