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 한국 등 피해국들이 양국을 보는 시선 대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을 앞두고 전쟁에 대한 반성과 사죄에 인색한 일본의 태도는 전쟁 희생자 묘지 앞에서 무릎을 꿇을 정도로 반복해서 사과한 독일의 태도와 자주 비교된다.AP통신은 12일 ‘일본과 독일, 모범(paragon)과 왕따(pariah)’라는 제목의 서울발 기사에서 종전 70년이 지난 후 한국과 폴란드, 중국, 네덜란드, 인도네시아 등 전쟁 피해국들이 가해국인 양국을 보는 시선을 대비했다.
AP는 “양국 모두 전쟁 중에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학대했지만 독일은 전후 화해의 모범으로 여겨지는 반면 일본은 주변국들의 반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폴란드에서 무릎을 꿇은 빌리 브란트 전 독일 총리가 화해의 아이콘이 된 데 반해 중국과 남북한 등은 일본이 미국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전후 책임에서 끊임없이 면제를 받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AP는 먼저 안중근 의사에 대한 뮤지컬과 전시가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의 상황을 소개하며, 한국과 일본은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북핵이라는 안보 우려도 공유하고 있지만 일본 식민지배의 역사가 여전히 양국 관계를 괴롭히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은 절대 독일이 될 수 없다. 식민시절을 경험한 사람들은 점점 세상을 뜨고 있지만 일본은 당시 상황에 대한 우리의 기억을 계속 되새기게 하고 있다”는 30대 시민의 코멘트도 인용했다.
중국 역시 교육과 대중매체 등을 통해 일제의 잔혹성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최근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으로 반일 정서가 더욱 커졌다.
60대의 중국인은 “일본인에 대한 어느 정도의 반감은 언제나 남아있을 것”이라며 “일본 제품을 사지만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2차 대전으로 600만 명의 국민을 잃은 폴란드와 독일의 관계는 한국이나 중국의 대일본 관계와는 많이 다르다.
공산주의 붕괴 이후 독일은 폴란드의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등에 있어 든든한 지지자였다. 지난해에는 도날드 투스크 전 폴란드 총리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으로 선출되는 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큰 힘이 돼주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나이든 폴란드인들 중에는 여전히 독일에 대해 복잡한 심경을 갖기도 한다.
60대의 폴란드인은 “한 젊은 독일인이 내게 와서 과거사를 사과한 적이 있다”며 “그러나 대부분의 독일인들은 여전히 폴란드인들을 무시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전쟁 중 많은 국민이 희생된 네덜란드 역시 지금은 독일의 정치적, 경제적 우방이다.
다만 암스테르담에 있는 안네 프랑크 생가에 여전히 매년 10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등 여전히 나치 치하의 기억은 잊지 않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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