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병제 실시 1년 만에 지상군 파병”
세계 7위의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산유 부국으로만 알려졌던 아랍에미리트(UAE)가 ‘군사 강소국’으로서의 입지를 대외에 과시하고 있다.한국의 80% 정도 넓이의 영토에 80%가 넘는 외국인을 포함한 인구가 890만명에 불과한 소국이라는 이미지의 이면에 감춰진 UAE의 군사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UAE의 미국산 무기 구입액은 37억 달러로 걸프의 대국 사우디아라비아(10억 달러)를 압도했다.
다른 걸프 국가와 비해 러시아와 가까운 UAE는 그해 러시아산 무기도 3억 달러 어치를 샀다. 중동의 무력충돌 격화로 무기 시장의 새로운 큰 손으로 떠오른 걸프 지역에서 미국과 러시아의 무기를 동시에 사들인 나라는 UAE가 유일하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규모로는 세계 30위 정도지만 2013년 국방예산 지출액은 15위다.
각국이 군사력을 비밀에 부치는 탓에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UAE의 공군력은 사우디에 버금간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무기를 무작정 사들이거나 강대국의 압력에 불필요한 무기까지 사들이는 다른 작은 산유 부국과 달리 UAE는 실용주의 외교로 꼭 필요한 무기만을 골라 도입한다는 게 무기 전문가들의 평가다.
걸프 지역에서 미군의 군사적 전진 기지로는 미 해군 8함대 기지가 있는 바레인이 꼽히지만, UAE와 미국의 잘 알려지지 않은 군사적 협력관계도 깊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지난해 11월 UAE의 알다푸르 공군기지에 미군 3천500명과 미국 외에서 유일한 F-22 전투기 기지가 있다고 보도했다. 두바이의 제벨알리 항구는 중동에 주둔한 미 해군 군함이 가장 빈번하게 오가는 군사 거점이다.
UAE는 축적된 군사력을 바탕으로 최근 수년간 잦아진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무력사태에 앞장서고 있다.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공습을 위한 국제동맹군에 전투기 편대를 보내 시리아를 공습 중이고 리비아와 아프가니스탄 공습에도 참전했다.
5개월째 계속되는 예멘 내전은 UAE가 공군력뿐 아니라 지상군의 전투력도 만만치 않음을 증명하는 계기가 됐다.
이달 3일 예멘 남부 아덴에 상륙한 걸프 지상군의 주축은 UAE군으로 3천 명 중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UAE는 병력뿐 아니라 자국이 보유한 프랑스제 르클레르 탱크를 비롯해 장갑차, 대지뢰 험비 등 기갑 전력도 함께 예멘에 보냈다.
지상군 투입의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사우디의 공습에도 4개월 넘게 진전을 보지 못했던 예멘 전황은 지상군이 상륙한 지 2주 만에 남부 4개 주를 반군으로부터 탈환했다.
UAE는 미군과 함께 소말리아, 코소보, 말리 등 사태에도 지상군을 보냈지만 이런 대규모 파병은 처음이다.
UAE는 지난해 6월 자국민 남성(18∼30세)을 대상으로 징병제(고졸 이상 9개월·고졸 미만 2년)를 실시했다.
중동 전문매체 MEE는 10일 “예멘 파병병력 중엔 징병제로 의무복무하는 병사가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UAE 정부의 발표로는 지상군 파병 뒤 3명이 예멘에서 숨졌다.
지상군 파병이 ‘위험한 도박’이라는 우려도 나오지만, 현재까지는 징병제 도입 1년 만에 UAE로선 사실상 처음이나 다름없는 실전에 투입해 인상깊은 전과를 거둔 셈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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