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국굴기 정책 미세조정?…”대일정책 ‘유화적’ 전환”

中, 대국굴기 정책 미세조정?…”대일정책 ‘유화적’ 전환”

입력 2015-12-14 16:25
수정 2015-12-14 16:25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아베 비판 허용하되 日사회·경제인 비판 통제…인적교류도 활발

“도광양회(韜光養晦, 재능을 감추고 때를 기다림)로의 회귀까지는 아니더라도 대국굴기(大國堀起, 대국으로 우뚝 선다는 뜻) 정책의 미세조정으로는 볼 수 있지 않을까.”

중국 공산당 선전부 관리하에 있는 중국 언론이 최근 일본을 대하는 자세가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 대한 비판은 일정 안의 범위에서 허용하면서도 일본의 일반 사회와 경제인에 대한 비판기사는 엄격히 통제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이 남중국해 문제 등을 놓고 미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와의 마찰이 격화되자 대국굴기 정책을 일부 수정한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최근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표변, 대일(對日)추파의 의도’라는 제목의 특집기사에서 일본을 대하는 중국의 자세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지난달 30일 파리 기후변화협약총회장에서 보인 시진핑 주석의 태도변화다. 양국 정상이 만난 것은 지난 4월 인도네시아 반둥회의 이래 7개월만이었다.

회의장에서 마주친 아베 총리가 먼저 말을 건넨 데 대해 시 주석은 “중일 양국은 ‘공통의 이익’이 있다. 서로 민감한(sensitive) 문제에 올바르게 대처하는 등 양국관계를 중시하고 싶다”면서 “양국관계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양 정상의 대화는 선채로 나누는 대화 치고는 긴 4분여 계속됐다.

‘민감한 문제’는 역사인식을 가리킨다.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태도를 견제한 말이지만 시 주석 발언의 방점은 양국관계 변화에 있었다는게 니혼게이자이의 해석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13일 난징(南京) 대학살 현장에서 열린 중국의 두번째 국가추모식에 리젠궈(李建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이 참석했다.

지난해 첫 추모식에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참석, 대일 강경 발언을 쏟아냈으나 이날 행사에 참석한 리젠궈 부위원장은 서열이 한참 낮을 뿐더러 발언수위도 크게 낮았다.

이 신문은 지난 10월 이래 중국의 주도로 갑자기 활발해진 양국의 인적교류를 양국관계 변화의 근거로 들었다.

중국은 2012년 가을 오키나와(沖繩)현이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를 국유화하자 대일교류를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작년 11월 양국 정상회담으로 최악의 상태는 넘겼지만 관계회복은 지지부진했다.

그런데 지난 10월 중순 중국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국무위원이 갑자기 일본을 방문, 아베 총리와 회담했다.

중국 정부 부총리급 요인의 일본 방문은 시 주석 취임 후 처음이었다. 이후 다양한 레벨의 중국측 관계자의 일본 방문이 줄을 잇기 시작했다. 주로 일본 경제계와 지방자치단체를 겨냥한 방문이었다.

지난달 중순에는 쩡페이옌(曾培炎) 전 부총리가 중국석유천연가스(CNPC), 바오강(寶鋼)그룹 등 중국 유력기업 50여개사의 고위 임원들과 함께 일본을 방문했다.

시 주석이 추진하고 있는 `반부패운동'의 희생제물로 꼽히는 기업도 다수 포함됐다. 특히 CNPC는 저유융캉(周永康)이 세력을 키운 본거지로 시 주석의 허가 없이는 대표단에 포함될 수 없었을 것이라는 평가다.

이들에 앞서 중국 대형 국유은행 중견간부들이 갑자기 일본시찰을 오기도 했다. 이들은 유럽과 미국 시찰을 추진했으나 상부의 갑작스런 지시로 일본시찰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와는 달리 일본 방문단에 대한 대접도 융숭해졌다. 지난달 초 중국을 방문한 경영자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 사카키바라 사다유키(신<木+神>原定征) 회장 일행은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만났다.

일본 경제계 대표단이 중국 총리를 만난 것은 무려 6년만이다. 작년까지는 최고지도부 멤버가 아닌 왕양(汪洋) 부총리가 일본 경제계 대표단이 만난 최고위 인사였다.

지난달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를 방문한 나카무라 호도(中村法道) 일본 나가사키(長崎)현 지사도 베이징에서 류옌둥(劉延東) 통일전선전략 담당 부총리를 만났다. 시 주석 체제하에서 부총리급이 일본의 현 지사를 만나준 것은 이례적이다.

이달 들어서는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간사장을 비롯한 일본 자민당 대표단이 중국을 방문, 중국 공산당과 양국 여당교류협의회가 6년만에 재개되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중국측의 이런 일련의 태도변화는 시진핑 주석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9월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정상회담에서 남중국해 매립문제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다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국제적 고립을 우려, 주변국과의 관계회복으로 방향을 수정했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미국의 동맹국으로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에 영향력이 큰 일본을 중시하기 시작했다는 풀이다.

“중국에는 진정한 친구가 없다. 모두 중국의 돈을 보고 달려들 뿐이다. 뭔가 해야해야 한다”

국제파로 꼽히는 중국 정부 고위 간부의 이 말은 중국의 본심과 현재의 처지를 잘 표현한 것인지도 모른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1 /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