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플레이’ ‘유세쇼’ 능한 트럼프…실제 투표장엔 얼마나

‘언론플레이’ ‘유세쇼’ 능한 트럼프…실제 투표장엔 얼마나

입력 2015-12-28 07:13
수정 2015-12-28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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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콘서트’ 방불…아이오와 코커스 실제참여 규모는 미지수

“미디어의 힘이 대중의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트럼프보다 잘 이해하는 이는 없다.”(AP통신)

미국 공화당의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대중적 지지를 유지하는 데에는 그의 능수능란한 ‘언론 플레이’가 한 몫하고 있다.

리얼리티 TV쇼 진행자였던 트럼프는 언론, 특히 방송의 속성과 생리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어 자신의 선거유세에 유리한 방향으로 언론을 다뤄나가는데 능숙하다는 것이다.

27일(이하 현지시간) AP통신을 비롯한 미국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는 선거유세 현장에서 방송사 카메라 취재진에게 관중이 운집해있는 상황을 촬영하도록 ‘지시’한 뒤 이를 따르지 않으면 ‘질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유세가 끝나고서 텅빈 유세장을 배경으로 방송기자가 생방송 진행을 하려고 하면 화를 낸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가 연설하는 단상 뒤로 열렬 지지자들을 ‘병풍’ 뒤로 배치하는 것은 이벤트에 익숙한 트럼프 유세기획팀에게는 기본이다.

가장 주목할 대목은 트럼프가 스스로를 ‘뉴스의 중심’에 머물도록 하는 수완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일례로 트럼프는 막말을 통해 논란을 야기한 뒤 주류언론이 이를 부정적으로 보도하면 소셜미디어에 글을 직접 띄워 대응에 나선다. 통상 후보와 참모들이 장시간 구수회의를 거쳐 신중한 논평을 내놓는 전통적 방식과는 확연히 다르다.

트럼프는 주로 확산성이 강한 트위터라는 수단을 이용해 공격하고자 하는 후보는 물론이고 주류 언론까지도 맹렬히 비난하면서 ‘노이즈 마케팅’을 한다. 이 경우 대선 레이스를 일거수 일투족 보도해야 하는 주류 언론으로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이런 상황을 다시금 보도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실제로 트럼프 후보는 지난 6월 출마선언 이후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방송과 신문지면에 등장해왔고, 이는 트럼프를 대중의 관심권에 확실히 머물도록 하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정가의 소식통들은 풀이했다.

이처럼 ‘언론 플레이’에 능한 트럼프는 다른 후보들에 비해 돈을 적게 들이고도 훨씬 더 높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AP통신은 트럼프를 제외한 대선 후보들과 수퍼팩(미국 연방선거법의 규제를 받지 않고 무제한으로 선거자금을 지원하는 조직)이 비싼 TV광고를 위해 수백만 달러를 지출했지만, 트럼프는 지금까지 30만 달러만 쓴 것으로 신고했다고 보도했다. 이 돈은 드문드문 라디오 광고를 하는데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방송시간에 등장한 시간은 트럼프가 가장 많았다. 지난 5월1일부터 12월15일까지 폭스뉴스 한곳에서만 무려 22시간46분에 걸쳐 트럼프 후보가 방송시간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AP통신은 분석했다. 이는 다른 공화당 경선후보인 테드 크루즈, 젭 부시, 마르코 루비오 후보가 노출된 방송시간을 모두 합친 것의 두배 이상이다.

자신의 모습이 미디어에 어떻게 투영되는가를 가장 중시하는 트럼프가 대규모 관중을 동원한 ‘유세쇼’에 강한 것은 당연하다. 유권자들과의 일 대 일 접촉면을 늘리며 대중에 친근감을 주려는 전통적 유세방식과 대별된다.

이달 초 트럼프 후보가 개인 비행기 격납고에서 보잉 757기를 배경으로 영화 ‘에어포스 원’의 주제음악이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가운데 대중 유세를 한 것은 트럼프식 유세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트럼프의 지지자인 빌 쿨랜더는 AP통신에 “(트럼프의 유세는) 1970년대 콘서트보다 낫다”고 주장했다. 유세현장에서 트럼프는 마치 ‘록스타’처럼 수천명의 팬들에 의해 환영을 받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유명 팝가수인 엘튼 존은 “기타를 들지 않고도 이처럼 많은 관중을 동원한 사람은 트럼프가 처음”이라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트럼프에 반대하는 시위대 소속으로 최근 라스베이거스 유세에 참석했다가 신체적 공격을 받았던 엔더 오스틴 3세는 마치 나찌 독재자인 아돌프 히틀러를 연상시키듯 “하일(Heil·독일어로 만세)! 트럼프”라는 구호가 유세현장에서 등장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연예계의 화려한 쇼를 방불케 하는 이 같은 유세에 몰리는 관중에는 ‘허수’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시말해 트럼프의 유세가 주는 열광적 분위기를 만끽하면서도 실제 투표장에는 나가지 않으려는 이들이 꽤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는 27일자 신문에서 지난 11일 아이오와 주 디모인 시에서 얼린 트럼프의 유세에 참석한 지지자들을 상대로 아이오와 주 코커스에 실제로 참여할지를 문의한 결과를 보도했다.

WP는 “30대 초반의 한 커플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지만, 코커스에 참여할 뜻은 없다고 밝혔고, 25세의 대학원생은 코커스에 가고는 싶지만 어떻게 할지를 모르겠다고 말했으며, 한 그룹의 고교생들은 아직 투표권이 없다고 밝혔고, 한 퇴직자는 아직 결심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또 61세의 린다 스투버는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고 싶다”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더이상 TV에서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실제로 투표장에 나갈 것이냐는 질문에는 “모르겠다”고 답변했다고 WP는 전했다.

WP의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의 유세장을 지속적으로 따라다니는 열렬한 지지층은 전통적 공화당 유권자층보다는 다소 젊으면서도 대학 졸업장이 없는 블루컬러 근로계층이다.

WP는 “지금까지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던 사람들이 마치 ‘록 콘서트’에 가는 것처럼 트럼프 캠프가 만든 물건들을 사고 트럼프가 하는 농담을 인용하며 소셜미디어의 팔로워가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정치적으로 참여한 경험이 많지 않았을 이들 계층이 갑자기 유권자 등록을 하고 투표장에 나가는 것이 쉽지않고, 특히 아이오와주 코커스처럼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당원투표 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WP는 “(아이오와 주 코커스의 경우) 높은 수준의 투표의지가 요구된다”며 “투표 당일인 저녁 7시까지 줄을 서야 하고 저녁의 대부분을 연설을 듣고 투표를 하는데 써야 한다”고 보도했다.

특히 아이오와주 코커스가 열리는 2월1일은 눈이 오거나 결빙되는 날씨가 될 가능성이 큰데다가,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이어서 야근을 하거나 아이들의 방과후 활동을 챙기거나 저녁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사람들은 현실적으로 투표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고 WP는 지적했다.

언론 플레이와 화려한 유세쇼를 통해 얻은 대중적 열기를 실질적인 표로 전환해내는 것은 오로지 트럼프 자신의 몫이다. 트럼프 선거캠프는 최근 들어 아이오와 주 지지자들을 상대로 어떻게 투표해야 하는지를 교육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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