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백인 경찰에 숨진 4명 어머니 백악관 근처 시위대 앞서 호소
“모두를 위한 정의가 필요합니다. 정의 없이는 평화도 없으니까요.”13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인근 프리덤플라자. 추운 날씨에도 수천명의 시위대가 단상을 바라보고 박수를 치며 “정의”를 외쳤다. 지난 8월 미주리주 퍼거슨시에서 백인 경찰의 총에 목숨을 잃은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의 어머니와 뉴욕에서 백인 경찰에게 목 졸려 숨진 에릭 가너의 어머니, 그리고 지난 11월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경찰 총격으로 사망한 흑인 소년 타미르 라이스의 어머니가 잇달아 연단에 섰다. 2012년 2월 플로리다주에서 자경단원의 총에 맞아 사망한 트레이번 마틴의 어머니도 자리를 함께했다.
이들은 “여러분의 지지에 감사하다. 우리는 변화를 원한다. 더는 우리 자식들이 억울하게 죽는 것을 볼 수 없다”며 인종차별 철폐와 인종 프로파일링 금지, 경찰 개혁 등을 요구했다. “우리는 더 강해질 것”이라고 강조한 어머니들과 시위대는 펜실베이니아 애비뉴를 따라 의회 의사당까지 행진했다.
시위를 주도한 전국행동네트워크(NAN) 측은 이날 시위가 사건 발생 이후 최대 규모였다고 밝혔다. 경찰은 워싱턴DC 시위에 전국 각지에서 2만 5000명가량이 참가했고 뉴욕 맨해튼에도 지난 4일 시위가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2만 5000여명이 운집했다고 잠정 집계했다.
기자는 이날 오전 워싱턴DC행 지하철에서 ‘흑인 생명도 중요하다’와 ‘나는 숨을 쉴 수 없다’라는 문구가 쓰인 티셔츠를 입고 집회장으로 향하는 20대 여성 2명을 만났다. 한 명은 흑인, 다른 한 명은 백인이었고 이들은 학교 친구라고 밝혔다. 흑인 여성은 “죄 없는 흑인들이 희생당하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며 2주일째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인 여성은 “인종차별 문제이기도 하지만 경찰 공권력 남용도 문제”라며 “흑백, 남녀노소 모두에게 평등해야 할 정의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흑인 친구들과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의사당 근처에서 만난 40대 흑인 남성과 10대 아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학교에서도 인종차별의 심각성을 가르치고 있지만 시위 현장에서 보다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함께 나왔다”고 밝혔다. 50대 백인 여성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대책을 밝혔지만 경찰 보디캠으로는 부족하다”며 법적 대책을 촉구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2014-12-1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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