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집단 신앙 우선시 위험” vs “기독교는 국가 정체성 근본”
영국이 기독교 국가라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발언을 두고 저명인사들이 공개서한으로 항의한 가운데 영국 사회에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영국이 정말 하나님의 땅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로 총리 발언 이후 격렬한 논쟁이 일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간) 전했다.
테리 샌더슨 영국세속주의협회 회장은 인디펜던트에 “기독교인들이 어쨌든 다른 시민들보다 우월하다는 암묵적 생각으로 영국이 기독교 국가라고 하는 것이라면 특정 집단의 신앙을 우선시하는 위험한 길로 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측근인 알리스테어 캠벨도 “캐머런 총리의 발언은 홍보 전략에 불과하다”며 “그의 신앙고백은 (공금 유용 논란에 따른) 문화장관 사임에서 대중의 관심을 돌리려는 것”이라고 평했다.
캠벨은 블레어에게 총리 재임 시절 종교에 대해 언급하지 말라고 권한 인물이다.
교계에서는 영국이 기독교 역사와 문화를 가진 국가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마크 데이비스 슈루즈버리 주교는 “기독교는 영국 역사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법적 체계부터 헌법까지 기독교는 국가 정체성 형성의 근본”이라고 말했다.
영국 내 이슬람교나 힌두교 등 비기독교계에서는 뜻밖에도 캐머런 총리의 발언을 옹호하고 있다고 BBC 방송은 전했다.
영국무슬림협의회는 “영국이 대체로 기독교 국가라는 걸 아무도 반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영국힌두교협의회는 “영국이 기독교 국가로 불려도 전혀 불편하지 않다”는 의견을 보였다.
2012년 영국 하원도서관 조사에 따르면 영국에서 무신론자나 불가지론자는 매해 75만 명씩 늘고 있고 2030년에는 비신자의 수가 기독교 신자 수를 넘어설 전망이다.
2011년 기준으로 영국의 기독교인은 59%로 여전히 과반이기는 하지만 72%였던 10년 전에 비해 410만 명이 줄었다.
영국에서는 1534년 헨리 8세가 왕비와 이혼하기 위해 로마 교황청과 결별하고 영국국교회인 성공회를 세웠다.
현재 영국 기독교 인구엔 성공회와 가톨릭 신자의 비중이 크고 침례교와 감리교 등 다양한 종파의 신자가 포함돼 있다.
총리실 대변인은 캐머런 총리가 2011년에도 같은 언급을 했었다면서 “총리는 영국이 여러 신앙 공동체의 고향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는 얘기도 여러 번 했다”고 해명했다.
캐머런 총리는 이달 초 기독교 잡지 기고문에서 영국이 기독교 국가라고 언급한 데 이어 기독교 지도자들을 초청해 연 부활절 행사에서도 기독교 지지 발언을 했으며 소설가 필립 풀만 등 50여 명의 저명인사가 공개서한으로 항의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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