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두 전직 장관, 1990년대부터 ‘경제 몰락’ 예언
“당시 사람들은 나를 ‘카산드라’라고 불렀다.”(타소스 지아니치시스(왼쪽) 전 노동장관) “그리스에는 부유층의 희생이 필요하다.”(알렉코스 파파도풀로스(오른쪽) 전 재무장관) 일찍이 그리스의 경제 몰락을 점치며 재정·금융 개혁을 요구했던 예언자들이 있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리스의 침몰을 점친 대표적 예언가로는 2001년 노동장관이던 지아니치시스와 1993년부터 2004년까지 내무부, 보건부, 재무부 장관 등을 지낸 파파도풀로스가 꼽힌다. 이들은 그리스 정부로부터 정신 나간 사람 취급을 받았다. 연금개혁 카드를 꺼냈다가 ‘단명 장관’으로 끝난 지아니치시스는 “카산드라”라고 자칭했다. 카산드라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성 예언가로, 트로이 왕 프리아모스의 딸이다. 그리스 군대가 남긴 목마를 성 안으로 들이면 트로이가 패망할 것이라 예언했으나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았고, 트로이는 비극적 최후를 맞았다.
지아니치시스는 연금개혁과 관련해 수령액을 낮추고 수급 구조를 바꾸려 노력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드는 그리스의 인구구조 변화를 감안한 것이다. 하지만 의회에선 논의조차 거부당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 채권단이 진작부터 개혁을 요구했으나 그리스 정부는 10년 뒤 일을 가지고 왜 문제를 만드느냐며 무시했다”고 폭로했다.
파파도풀로스도 20년 전인 1996년 당시 총리이던 콘스탄티노스 시미티스 총리에게 편지를 보내 “그리스가 선진국으로 가려면 부유층의 희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총리는 제안을 무시했고, 어떤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파파도풀로스는 2002년 “그리스 금융시스템이 통제 불능상태가 될 것”이라며 거듭 총리에게 개혁을 요구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같은 당 소속의원들의 욕설과 구타였다. 이때 받은 스트레스로 머리가 하얗게 세 버렸다. 그는 “그리스는 2002년 이후 개혁을 아예 중단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개혁 목소리가 외면당하면서 그리스 개혁의 동력도 사라졌다고 WSJ는 평가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2015-07-1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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