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옥스퍼드대도 남아공 총독 지낸 세실 로즈 동상 “철거 논의”

英 옥스퍼드대도 남아공 총독 지낸 세실 로즈 동상 “철거 논의”

임병선 기자
입력 2020-06-18 11:15
수정 2020-06-1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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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런던 서부 옥스퍼드 대학의 오리엘 칼리지 이사회가 철거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19세기 제국주의자 세실 로즈의 동상이 인종차별 철폐 시위 와중에 훼손될까봐 철망 등으로 둘러처져 있다. AFP 자료사진 연합뉴스
17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런던 서부 옥스퍼드 대학의 오리엘 칼리지 이사회가 철거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19세기 제국주의자 세실 로즈의 동상이 인종차별 철폐 시위 와중에 훼손될까봐 철망 등으로 둘러처져 있다.
AFP 자료사진 연합뉴스
영국 옥스퍼드대 오리엘 칼리지 이사회가 19세기 남아프리카공화국 총독을 지냈던 세실 로즈의 동상을 철거하라고 권고했다.

이 대학의 로즈 동상을 철거해야 한다는 요구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대학 측은 줄곧 이를 거부해왔는데 아프리카계 미국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제국주의 청산 시위로 이어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17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교직원으로 구성된 오리엘 칼리지 이사회는 성명을 내고 “로즈의 동상을 철거해야 한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나아가 “투표를 통해 로즈 동상에 대해 논의하는 독립 조사위원회를 설립하기로 했다”면서 동상을 철거하길 바란다는 이사회의 의견을 적은 팻말을 그의 동상에 설치해놓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단 로즈 동상은 조사위원회가 논의를 마치는 연말까지 철거되지 않고 그냥 두기로 했다.

이사회는 조사위원회가 학술·교육·법·정치·언론 전문가들로 구성될 것이라며 앞으로 흑인과 소수민족 출신 학생 및 교직원에 대한 접근 개선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21세기의 다양화 요구에 맞게 과거를 바라보는 방법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겠다고 덧붙였다.

세실 로즈는 19세기 말 빅토리아 시대에 케이프 식민지(현재 남아공)의 총독을 지내면서 영국의 아프리카 식민지화에 앞장섰다. 당시 금광·다이아몬드광 사업으로 막대한 부를 쌓은 그는 모교인 오리엘 칼리지에 장학재단을 설립했고, 이 재단을 통해 지난 100년 동안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포함한 유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그 동안 로즈 동상을 치워야 한다는 주장이 늘어나면 일부 동문이 기부금 철회 의사를 표시했지만 대학 측은 동상 철거에 반대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사회가 나서 로즈 동상을 철거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제국주의나 식민주의를 상징하는 인물의 동상을 철거하거나 훼손하려는 움직임은 세계 곳곳에서 눈에 띄고 있다. 이달 초 영국 브리스틀의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는 17세기 노예무역상 에드워드 콜스턴의 동상을 끌어내려 강물에 내던졌다. 미국 미네소타, 보스턴 등에서도 시위대가 유럽에 아메리카 대륙의 존재를 알린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동상을 끌어 내리거나 훼손했다.

또 지난 14일 호주에서는 오세아니아 대륙 토착 원주민을 학살하고 식민 통치한 영국인 제임스 쿡 선장의 동상이 스프레이 페인트로 훼손된 채 발견되기도 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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