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8.2명당 주차장 1면꼴로 부족 심각
장인주 무용평론가는 최근 사석에서 안호상 국립극장장에게 벌컥 화를 냈다. 지난 4월 국립극장에서 공연을 보고 극장을 빠져나가는 데 한 시간이나 걸렸기 때문이다.장 평론가는 “출구는 달랑 하나인데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과 남산을 찾은 나들이객들이 뒤엉켜 한 시간 동안 차 안에 갇혀 있어야 했다”며 “‘아무리 프로그램을 잘 만들면 뭐하냐. 기본적인 편의 시설이 갖춰져 있어야지. 이건 국립극장의 수치다’라고 극장장께 한마디 했다”고 전했다.
주말인 지난 6일 국립극장을 찾은 관객 이현정(39·가명)씨도 ‘주차지옥’을 경험했다. 여우락 페스티벌 실내공연과 야외공연, 뮤지컬 ‘시카고’ 등 3개 공연이 맞물리며 3000여명의 관객이 극장을 찾은 날이었다. 이씨는 “남산에 올라가려는 관광버스와 극장에 들어가려는 관객들의 차가 몰려 입구에서부터 혼잡을 빚었다. 안에 들어간 뒤에도 주차할 공간이 없어 뱅뱅 도느라 공연을 놓칠 뻔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쏟아지는 관객들의 주차난에 대한 불만은 국립극장 직원들에겐 ‘일상’이다. 특히 남산을 찾는 나들이객까지 몰리는 주말이면 주차장이 매번 ‘만차’ 상태라 장충단 고개까지 불법 주차가 이뤄지고 있다. 주차 공간이 없어 야외행사가 열리는 문화광장 위에까지 차를 세우는 상황도 빈번해 안전 우려도 불거진다.
국립극장 홍보팀 이주연씨는 “차가 몰릴 것 같은 날은 외부 인력까지 동원해 십수명이 주차 안내에 나서는 등 최대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지만 주차 공간 자체가 부족해 불법 주차를 해도 막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립극장에 주차할 수 있는 차량은 343대다. 세종문화회관 1600대, 예술의전당 1200대의 21~28%에 불과하다.
관객(객석)수와 주차 공간 1면당 비율을 따져도 세종문화회관은 2.5명, 예술의전당은 5명인 반면 국립극장은 8.2명에 이른다. 올해는 국립극장이 서울 명동에서 현 장충동으로 옮긴 지 40주년이 되는 해다. 주차난 역시 해묵은 숙제가 되어 가고 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3-07-2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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