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벌레가 뱀껍질 입은 이유는… 곤충의 형형색색 방어전략

애벌레가 뱀껍질 입은 이유는… 곤충의 형형색색 방어전략

입력 2014-05-03 00:00
수정 2014-05-03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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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의 빨간 옷/정부희 지음/상상의 숲/352쪽/3만 8000원

곤충의 날개와 껍데기, 다시 말해 곤충에게 ‘옷’에 해당하는 것은 실상 멋내기용이 아니라 생존용이다. 형형색색인 곤충의 기관들은 생존을 위해 절박하게 선택된 결과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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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곤충으로 산다는 것은 매순간 목숨을 건 위험한 게임이다. 경쟁자, 포식자에게 진다는 것은 곧 죽음이자 멸망이다. 패자 부활전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거친 세상이다.

곤충 전문가 정부희씨가 곤충의 방어 전략을 주제로 다섯 번째 곤충기인 ‘곤충의 빨간 옷’을 펴냈다.

화려한 색과 무늬를 뽐내는 주홍박각시 나방의 애벌레는 스멀스멀 기어다니는 모습이 뱀과 같아 보는 이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굵기가 어른 손가락만 하고, 길이가 8㎝나 되는 데다 피부가 뱀껍질과 완전히 똑 닮았고 커다랗게 부릅뜬 눈알 무늬까지 선명해 끔찍한 독뱀 살모사를 떠올리게 하니 어디 감히 새나 거미 같은 포식자들이 덤벼 들겠는가. 주홍박각시 애벌레는 아마 주변에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독 없는 내가 독뱀을 닮은 게 얼마나 좋은지 알아? 새들이 감히 날 잡아먹지 못하거든.”

가리왕산에는 찰피나무가 많다. 그런데 어른 손바닥보다 큰 잎을 보면 구멍이 제멋대로 숭숭 뚫린 것, 잎맥만 남아 너덜너덜한 게 흔하다. 대체 누가 이랬을까. 바로 그때 뭔가가 움직인다. 아! 대벌레가 납작하게 앉아 있다. 찰피나무 잎에는 굵은 잎맥들이 죽죽 뻗어 있어 다리며 몸통이며 더듬이가 가느다란 아기 대벌레를 잎맥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몸 색깔도 잎과 같아 자신을 보호하는 데 그만이다.

독나방인 매미나방 애벌레는 셀 수 없이 많은 길고 짧은 털을 이용해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게다가 털이 독물질을 분비하는 독샘과 연결돼 포식자가 건드리면 즉시 독이 털 속 통로를 통해 털끝으로 나온다. 그래서 털을 만지기만 해도 독이 손에 묻어 가렵고 따끔거린다.

유상덕 선임기자 youni@seoul.co.kr
2014-05-03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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