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피해자 보상안…속병앓는 정부

저축銀 피해자 보상안…속병앓는 정부

입력 2011-08-09 00:00
수정 2011-08-09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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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추진하는 저축은행 사태 피해자 보상안을 놓고 정부가 속병을 앓고 있다.

국회 저축은행국정조사특위는 9일 피해대책소위를 열고 5천만원 초과 예금자와 후순위 채권 투자자를 단계적으로 보상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추진키로 했다.

8월 임시국회에 상정될 특별법에는 개인예금주는 2억원까지 100%, 2억∼3억원은 90%, 3억원 초과 예금은 80%씩 단계적으로 보상한다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2억원 이하 피해자가 전체의 90%에 달하는 만큼 사실상 개인투자자는 전액 보상을 받는 셈이다.

구제 대상은 올해들어 영업정지된 9개사와 전일ㆍ으뜸ㆍ전북 등 모두 12개 저축은행의 피해자들이다. 정치권은 예금보험기금을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일단 정부는 입법권을 갖고 있는 국회의 정책적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예금보험 보장한도를 넘는 5천만원 이상 예금자와 후순위 채권 투자자에 대한 전액보상은 금융시장 질서를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이용자들이 납부한 예금보험료로 보장한도인 5천만원을 넘는 예금을 보상한다는 것은 부분보장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게 금융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후순위채권을 보상하는 것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예금이 아닌 채권을 보상하는 것은 자기투자에 대해선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기본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한 금융계 인사는 “5천만원 초과 예금자와 후순위 채권 투자자의 피해를 전액 보상하겠다는 정치권의 방안이 현실화하면 시장에 도덕적 해이 현상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예금자 사이에서 정치논리가 예금자보호제도보다 우선한다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저축은행의 고금리예금과 같은 고위험상품에 뭉칫돈이 몰리게 된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6월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저축은행에 투자한 예금과 후순위채권 전액을 보상하는 내용의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에 대해 “예금자와 금융회사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 수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또한 김 위원장은 지난 3일에도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의 원리금 5천만원 초과 예금에 대해 전액 보상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금융사고가 발생한 이후에 전액을 보상한 사례가 한번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국회 국조특위도 예금보험기금을 활용해 피해액을 즉각 보상한 뒤 저축은행 자산 매각과 부실 책임자의 은닉 재산 환수를 통해 사후 정산키로 했지만 ‘눈가리고 아웅’식의 편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자산매각과 은닉재산 환수를 통해 100% 사후정산이 안될 경우엔 결국 재정이 투입된다는 이야기”라며 “국회가 정책적인 결단을 내려 특별법을 만든다면 일반 국민이 낸 세금을 투입할 수있겠지만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의 특별조치가 더 큰 혼란을 불러올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국조특위는 올해들어 영업정지된 부산저축은행 등과 함께 지난 2009년 영업정지된 전일·전북·으뜸저축은행 예금자를 보상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예금자들은 보상대상에선 제외된다는 것이다.

2001년부터 2008년6월까지 모두 24개의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됐다. 예금자 입장에선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금융계 인사는 “최근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0세부터 무상보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인들이 선심성 정책을 양산하는 분위기”라며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 앞뒤를 재지 않고 정책을 발표한다면 정부의 재정건전성은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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