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치 vs 이병기·유명환 라인 거론… 일부 “극적 타결 가능성 안 높아”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놓고 박근혜 대통령이 한·일 간 협의가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고 밝히면서 공식 채널 외에 비공식 막후 채널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막후 채널의 존재 여부는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의 언급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민 대변인은 15일 박 대통령의 워싱턴포스트 인터뷰 발언 내용과 관련, “대통령은 ‘막후 협의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으며 협의의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따라서 지금까지 8차례 진행된 양국 외교부 국장급 협의 외에 별도의 협상 창구에서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진척이 있었다는 얘기로 들린다.
이와 관련, 눈길을 끄는 것은 최근 일본이 아베 신조 총리 산하의 국가안전보장국(NSC)을 중심으로 한·일 관계 복원을 위해 중·일 정상회담 당시 활용했던 특사 교환 방식을 검토했다는 것이다.
대일 관계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NSC를 중심으로 중·일 관계 정상화에 막후 채널로 가동됐던 야치 쇼타로-양제츠 라인과 같은 비공식 채널을 한·일 간에도 만들 것을 검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아베 총리의 심복이나 다름없는 야치 NSC 사무국장을 특사로 내세우고 한국 측에서도 그에 상응한 파트너가 나오기를 희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통은 “야치 국장의 공식적인 카운터파트는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지만 주일대사를 지내며 신뢰를 쌓은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야치 국장과 친분이 두터운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이 나와도 좋다는 뜻을 일본 측이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오는 22일 한·일수교 50주년을 앞두고 위안부 문제가 타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다만 타결된다면 타협안은 2012년 언급됐던 ‘사사에안’을 기초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사사에안은 사사에 겐이치로 당시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2012년 3월 방한 때 제시한 뒤 추후 논의를 통해 구체화된 협상안으로 주한 일본대사의 사과와 인도적 조치를 위한 자금 지원, 피해자에 대한 일본 총리의 편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2015-06-1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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