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원 와세다大 교수 ‘동아시아 정세와 한·일관계’
“신(新) 냉전 체제하에서 한·일 양국이 주체적인 새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이종원 와세다대 교수(국제정치)는 14일 ‘격변하는 동아시아 국제정세와 한·일관계’라는 주제 발표에서 “양국에 새 정권이 들어선 것은 한·일관계 진화의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교수는 한·일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다는 언론 등의 평가에 대해 “일본에서 30여 년간 살았는데 일본이 한국에 가진 감정은 최저점에 달했다는 인상”이라고 말했다. 양국의 경제, 사회, 문화적 교류에는 큰 동요가 없다는 이유로 한·일 관계를 지나치게 낙관만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이 가까워진 것은 불과 최근 20~30년이기에 뿌리가 약하다. 그만큼 서로 신중히 고려하지 않으면 관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동아시아에서 ‘신냉전’과 ‘권력이동’이라는 두 변화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지만, 한·일 양국은 서로 다른 대처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의 경제가 2000년 이후 예상 밖의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동시에 정치·군사대국의 길을 지향하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중국이 군사력 증강을 꾀하고 영토 문제를 중심으로 대외관계에 자기 주장을 적극적으로 내놓으면서 신냉전 흐름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그는 대중 관계 강화와 동아시아 지역의 공동체 형성에 힘을 쏟지만 일본은 대중국 강경정책을 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양국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걷는 것이 각자 국익 등을 반영하는 것이지만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건 서로 같은 입장일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1998년 한·일 파트너십 선언을 했을 때 밝혔던 것처럼 ‘과거를 직시하며 미래를 지향한다’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일관계에서 정치인이 오히려 편협한 행동을 선도한 경향이 적지 않았는데 이제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면서 “신문과 방송을 포함한 주류 미디어가 국가주의의 확산을 담당했는데 이런 행동이 위험하다는 공통의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미·중 양강구도 아래에서 두 나라를 동시에 포괄하는 동아시아 지역협력 틀을 추진하는 것이 한·일 양국 공통의 과제”라고 덧붙였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2013-02-1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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