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동수단 요청 이례적… 美 “다른 2명도 석방해야”… 대화 재개 가능성에 촉각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2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별 조치에 따라 6개월 전 북한 여행 중 성경을 유포했다는 혐의로 억류됐던 미국인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56)을 석방했다고 보도했다.
데이턴 AP 연합뉴스
가족 만난 파울
지난 5월 북한 방문 중에 체포됐다 석방된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가운데)이 22일 미국 오하이오주 데이턴에 있는 라이트패터슨 공군 기지에 도착, 마중 나온 가족들과 부둥켜안고 있다.
데이턴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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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AP 연합뉴스
평양공항에 내린 美군용기
지난 21일 미국 군용기(오른쪽)가 평양 순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북한에 억류된 지 6개월 만에 풀려난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을 데려가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평양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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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통신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김정은 동지께서 버락 오바마 미합중국 대통령의 거듭되는 요청을 고려하여 미국인 범죄자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을 석방시키는 특별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앙통신은 파울 석방의 다른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파울은 이날 새벽 풀려나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미국 군용기편으로 괌의 미군 기지를 거쳐 미국으로 돌아갔다.
미 정부는 이를 환영하면서 억류돼 있는 다른 미국인 2명도 석방할 것을 촉구했다. 북한에서는 케네스 배(46)와 매슈 토드 밀러(24) 등 2명의 미국 시민권자가 여전히 복역 중이다.
마리 하프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파울이 풀려나 미국에 있는 가족을 향해 돌아오고 있다”며 “북한 당국의 석방 결정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파울의 석방은 긍정적 결정”이라며 “그러나 우리는 케네스 배와 매슈 토드 밀러가 아직도 계속 수감돼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 당국에 다시 한번 이들도 즉각 석방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AP통신은 자사 평양 주재 기자들이 파울을 태운 미 군용기가 이날 새벽 평양 순안공항에서 이륙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미 정부는 북한 당국이 파울의 석방 조건으로 풀려나는 즉시 그가 북한을 떠나도록 이동 수단을 동원하라고 요구했고, 이에 따라 미 국방부가 북한 측이 제시한 일정에 맞춰 항공편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파울의 석방을 위해 미국에서 어떤 특사도 방북하지 않았고, 북한이 미국에 직접 이동 수단 제공을 요청한 것은 이례적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지난 8월 미 정부 당국자들이 군용기를 타고 평양을 방문한 뒤로 북·미 간 물밑 협상을 벌여 왔지만 미국이 파견할 특사의 급 문제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이런 가운데 대내외 부담이 커진 북한이 유일하게 기소 전인 파울을 석방하면서 다른 두 명의 몸값을 높이는 이른바 ‘살라미 전술’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케네스 배와 밀러는 이미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기 때문에 북한이 쉽게 풀어 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도 현재로서는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 외에 전직 대통령 등 고위급을 보낼 의사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이 파울을 석방하는 등 ‘성의’를 보이면서 북·미 간 대화 재개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북·미 관계의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2014-10-2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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