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우울감에 칩거” 해프닝
이혼한 40대 여성이 2억원대의 귀금속을 놔둔채 실종돼 경찰이 넉달여 동안 대대적인 수사를 벌여왔으나 어이없는 해프닝으로 끝났다. 이 여성은 이혼의 충격으로 대인 기피증이 생겨 잠시 가족을 떠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8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3일 서울 동대문의 한 의류쇼핑몰 지하에서 물품보관함을 관리하는 업체 관계자가 “누군가 7월 16일 보관함에 물품을 넣은 뒤 찾아가지 않아 열어봤더니 귀금속 수백개가 나왔다”며 신고했다. 습득물은 반지와 팔찌, 목걸이 등 2억원 상당의 귀금속 767점이었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으나 물품보관함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이 2개월치만 녹화돼 있어 수사 착수 4개월 동안 귀금속 주인을 찾을 방법이 없었다. 경찰은 ‘마지막 방법’이라는 심정으로 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 측의 도움으로 귀금속 사진을 회원들에게 돌렸다. 그 결과 지난 2월 9일 한 상인에게서 연락이 오면서 사건은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는 듯 했다. A(46)씨는 경찰에서 “사진에 있는 귀금속은 전처인 B(43)씨의 것”이라며 “해당 쇼핑몰에서 함께 금은방을 운영하다가 지난해 7월 16일 이혼하면서 서로 나눠 가진 물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경찰은 B씨가 이혼 직후 행방불명돼, 올 1월 17일 가족들에 의해 가출신고된 사실도 알아냈다. B씨는 휴대전화 통화나 신용카드 사용 내역도 일체 없었다. 경찰은 김씨가 강력사건에 희생된 것으로 보고 1개 강력팀 전원을 투입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김씨는 18일 만인 지난달 27일 서울 도봉구 한 주택가 도로에서 우연히 경찰에 발견됐다. 김씨는 경찰에서 “이혼 후 대인기피증과 우울증 때문에 가족과 연락을 끊고 혼자 지내왔다. 범죄 피해를 당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 이어 “물품보관함에 물건을 보관하면 오랫동안 안 찾아가도 되는 줄 알고 귀금속을 놔뒀던 것”이라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어이없지만 범죄 피해가 아니라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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