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사측 “소설 발간에 앞서 영화 시나리오 저작권 등록”
울산대학교 구광렬 스페인중남미학과 교수가 영화 ‘해적:바다로 간 산적’이 자신의 소설 ‘반구대’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영화 ‘해적’은 조선 건국 보름 전, 고래의 습격으로 국새가 사라진 전대미문의 사건을 둘러싸고 국새를 찾아 나선 해적, 산적, 개국세력의 바다 위 대격전을 그린 작품이다. 배우 손예진과 김남길 등이 주연을 맡아 누적관객 동원 866만명 이상을 기록했다.
구 교수는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SNS) 등을 통해 영화 ‘해적’의 시나리오가 소설 ‘반구대’와 내용상 유사성을 확인했다고 29일 밝혔다.
그는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내용상 큰 줄기 10곳 정도가 비슷하고 세부적으론 200곳 가까이 유사한 점들이 있다”며 “영화가 소설 내용에서 필요한 부분만 짜깁기해 제작됐다”고 주장했다.
구 교수가 확인한 표절 의혹 부분은 주로 고래와 관련한 것이다.
’해적’ 시나리오상 그물에 걸린 고래를 여자 주인공이 칼로 풀어주는 내용, 피를 흘리는 고래 주위로 상어가 모여드는 내용, 고래가 배를 부수는 내용 등이다.
또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인 ‘뱀대가리’는 시나리오에는 없다가 영화에서 갑자기 등장하는데, 이는 소설 속 등장하는 인물 ‘뱀대가리’의 이름을 따 온 것이라고 구 교수는 말했다.
구 교수의 소설 ‘반구대’는 신석기 후반∼청동기 초반 무렵 ‘큰주먹’과 ‘그리매’ 등 등장인물이 고래를 통해 부족을 식량난에서 살리고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에 암각화를 새겨 넣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설 ‘반구대’는 지난해 4월 발간돼 세종 우수도서에 선정된 작품이며, 영화 ‘해적’은 같은 해 8월 개봉됐다.
구 교수는 “소설을 발표하기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공모하는 2013년 대한민국스토리대전에 응모했는데, 이때 영화 ‘해적’의 시나리오를 쓴 작가가 공모전 심사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운명의 장난 같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소설 ‘반구대’를 기반으로 한 문화콘텐츠 개발 사업이 국비 지원을 받게 돼 원작자를 명확히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제작사 측은 구 교수의 문제제기에 대응할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영화 시나리오를 소설 ‘반구대’ 발표 전에 이미 저작권 등록했다는 것이다.
제작사 관계자는 “의혹 제기 이후 소설과 시나리오를 비교해보지는 않았지만 단순히 추측해서 이야기하는 정도로 보인다”며 “수십명에 이르는 단역의 극중 이름이 같다는 것으로 표절 운운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식 공문 등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이미 영화 상영이 끝났고 저작권 등록 역시 2011∼2012년쯤에 마쳤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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