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문화제가 집회로 변질, 주최 측 사법처리 방침”

’소요문화제’ 3차 총궐기
19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노동개악 저지, 백남기 농민 쾌유기원 3차 민중총궐기 ’소(란스럽고)요(란한) 문화제’가 열려 참석자들이 손팻말과 뿅망치 등을 흔들고 있다.연합뉴스.
하지만 경찰은 주최 측이 내건 ‘문화제’ 행사가 집회로 변질된 것으로 판단, 주최 측 집행부를 사법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진보 단체들의 연합체인 ‘민중총궐기투쟁본부’는 이날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2천500명(경찰 추산·주최 측 추산 5천명)이 모인 가운데 민중총궐기 3차 대회를 열었다.
주최 측은 애초 서울역광장과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지만, 경찰이 보수단체의 다른 집회와 시간·장소가 겹친다는 이유로 금지통고했다. 이에 집회를 문화제로 열겠다고 해 서울시로부터 광화문광장 사용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서울광장 집회를 먼저 신고한 대한민국재향경우회는 서울광장 대신 동화면세점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노동개혁법 등 연내 처리 촉구하는 보수단체 회원들
대한민국재향경우회 등 보수성향 단체 회원들이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집회를 열고 노동개혁법, 테러방지법 등 법안의 연내 처리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참가자들은 탬버린, 부부젤라, 호루라기, 막대풍선, 북 등을 준비해 공연·발언이 끝날 때마다 시끄럽게 소리를 내며 호응했다. 일부 참석자는 가면을 썼고 ‘박근혜는 물러가’, ‘노동개악 중단해’, ‘공안탄압 중단해’ 등의 피켓을 들기도 했다.

’소요’
19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노동개악 저지, 백남기 농민 쾌유기원 3차 민중총궐기 ’소(란스럽고)요(란한) 문화제’가 열려 참석자들이 탬버린과 손바닥 모양의 소리 유발 기구 등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행사에서 구호는 거의 나오지 않았지만 막판에 사회자가 “박근혜는 퇴진하라, 경찰청장 파면하라, 백남기 농민 살려내라”라고 선창했고, 소수 참석자가 이를 따라 했다.
행사 도중 주최 측은 경찰이 일반 시민 통행로 확보를 위해 설치한 폴리스라인을 놓고 “경찰이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우리가 철거하겠다”고 말했다. 잠시 긴장감이 돌기도 했지만, 경찰과 충돌 상황까지 번지지는 않았다.
참석자들은 행사를 마치고 광화문광장 옆 서울 파이낸스빌딩부터 보신각을 거쳐 마로니에공원까지 3.6㎞를 행진한 뒤 정리집회를 끝으로 해산했다.
경찰은 이날 행사에 대해 ‘순수한 문화제’가 아니라 집회·시위로 변질됐다고 판단, 주최 측 집행부에 대한 처벌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정치성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와 피켓을 사용하고, 무대에 오른 발언자 대부분이 정치적 발언을 했다”며 “행사장 주변에서는 시민을 상대로 ‘한상균을 석방하라’ 등 유인물을 배포하고 사회자의 선동에 따라 구호를 제창했다”고 말했다.
또 “행사의 전체적인 전개 양상을 볼 때 순수 문화제의 범위를 넘어선 미신고 불법 집회를 개최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행사 전 사회자가 ‘다른 어떤 집회보다 더 뜨거운 집회로 만들려 한다’며 스스로 행사를 ‘집회’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서울 뿐 아니라 광주, 대전 등 전국 10곳에서도 이날 오후 3차 민중총궐기 대회가 동시다발로 열렸으며, 모두 경찰과 충돌없이 마무리됐다.
경찰은 이들 집회 참석자 수를 모두 합쳐 7천600명 가량인 것으로 추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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