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노동 희생자 이름 새긴 ‘평화디딤돌’ 고향 마을에 설치

일제 강제노동 희생자 이름 새긴 ‘평화디딤돌’ 고향 마을에 설치

입력 2016-04-05 14:12
수정 2016-04-05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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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본·독일 민간 차원 협력

서울 4곳 설치작년 일본서 유골 봉환한 115명 전국에 설치 예정

화창한 식목일인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3가역 5번 출구 앞에는 나무가 아닌 ‘기억’을 심으려는 뜻 있는 한국과 일본, 독일인 30여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 기억은 일제강점기에 낯선 일본땅에 끌려가 강제노동에 시달리다가 숨진 조선인 희생자 한 사람 한 사람의 것이다.

한국 측 ㈔평화디딤돌과 일본 측 ㈔동아시아시민네트워크는 이날 서울 곳곳에 조선인 강제노동 희생자를 추모하는 상징물인 ‘평화디딤돌’을 설치했다.

희생자의 이름, 출신지, 사망연월일 등을 동판에 새긴 가로·세로 15㎝ 크기의 ‘평화디딤돌’은 희생자가 끌려가기 전에 살았던 고향 동네의 길바닥에 설치됐다.

평화디딤돌은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한 조각가 김운경·김서경 부부가 제작했다.

1944년 9월1일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탄광에서 강제노동하다 생을 다한 박점용(1905년생)씨는 72년 만에 꿈에 그리던 고향인 돈의동에 이름 석 자로 돌아왔다.

한·일·독 참가자들은 손을 모아 박씨의 기억이 담긴 동판을 길바닥에 설치했다. 사라졌던 박씨의 기억이 부활해 영원히 기억되도록 세 나라 민간인의 손길은 신중하고도 사려깊게 동판위에 모였다.

이 평화디딤돌은 독일의 ‘슈톨페슈타인’(Stolpersteine·걸림돌)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독일인 조각가 군터 뎀니히(Gunter Deming)씨는 25년 전부터 나치에 끌려가 강제노동수용소에서 죽어간 희생자의 이름을 새긴 놋쇠 재질 걸림돌을 그들이 살았던 거주지 보도블록에 심었다. 지금까지 유럽 전역에 5만 6천여개를 심었다.

이날 평화디딤돌을 심는 행사에 직접 참석한 뎀니히씨는 “독일의 걸림돌은 자국민에 대한 국가 폭력을, 한국의 평화디딤돌은 식민지 치하의 국가 폭력을 기억하자는 차이점이 있지만 강제 노동의 희생자를 기억하자는 의미는 같다”며 “독일에서 시작한 작은 일이 이어져 한국 땅에서 재현된 데 대해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쟁 희생 추모 조형물을 제작해온 일본 조각가 긴조 미노루(金城實)씨도 손을 보탰다. 긴조씨는 “현재 일본 사회를 보면 식민지 지배를 반성했는지 의구심을 거둘 수 없다”며 “비록 작은 상징물이지만 전쟁이 일어나면 안 된다는 기억을 새기는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이 평화디딤돌을 설치하자 주변을 지나던 시민들도 관심을 보였다. 이들의 활동을 들은 안병팔(73)씨는 “기가 막힌 사연이다. 국가가 해야 했던 일인데 세 나라의 민간인들이 훌륭한 일을 포기하지 않고 잘해왔다”며 평가했다.

박점용씨의 첫 평화디딤돌이 설치되면서 한·일 민간단체가 수십년 넘게 이어오고 있는 희생자 추모 활동은 일상생활로 외연을 넓혔다.

㈔평화디딤돌과 ㈔동아시아시민네트워크는 1997년부터 일본 홋카이도의 수풀 속에서 잊혀 가던 박점용씨 등 강제노동 조선인 희생자 유골 115위(位)를 발굴했다.

이들은 작년 추석 이 유골을 모시고 일본 전역 3천㎞를 돌아 광복 70년 만에 고국으로 봉환해 경기도 파주 용미리 서울시립묘지 납골당에 안치했다.

이들은 박점용씨의 평화디딤돌을 시작으로 이날 현종익(1916∼1942)씨, 신현옥(1924∼1944)씨의 평화디딤돌을 서울 종로5가역, 신당중앙시장 고향 동네에 설치했다.

한·일 민간단체는 앞으로는 서울뿐 아니라 전국에 있는 희생자의 본적지에 직접 찾아다니면서 평화디딤돌을 설치할 예정이다.

㈔동아시아시민네트워크 도노히라 요시히코(殿平善彦) 대표는 “평화디딤돌은 동아시아라는 큰 연못에 던져진 작은 돌에 불과하지만 커다란 파문으로 퍼질 것으로 확신한다”며 “일본인으로서 일본 사회가 책임을 다할 수 있는 파문을 퍼뜨리는 활동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디딤돌 정병호(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대표도 “무심코 지나갈 작은 동판이지만 한두 사람이라도 발걸음에 걸리고 눈길을 끌어 이 자리에 살아 있던 분이 70년 넘게 고국에 돌아오지 못했던 희생자라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며 “비로소 고향을 찾은 이름이지만 평화의 디딤돌이 돼 인류 사회의 교훈과 증거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들은 6일에는 서울 중구 성공회대성당에서 ‘기억과 예술’ 국제 심포지엄도 연다.

이 자리에는 한국, 일본, 독일에서 전쟁과 반인도적 범죄의 희생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는 대표적인 예술가들이 모여 자신의 작품을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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