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180만원, 대부분 가족에게”…숨진 태국인, 10년간 고국 못갔다

“월급 180만원, 대부분 가족에게”…숨진 태국인, 10년간 고국 못갔다

김채현 기자
김채현 기자
입력 2023-03-08 21:23
수정 2023-03-09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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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유기 농장주 구속…아들도 입건
“다른 불법행위 없었는지 살피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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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태국인 근로자 A씨가 지내던 숙소. 포천이주노동자센터
숨진 태국인 근로자 A씨가 지내던 숙소. 포천이주노동자센터
경기 포천시 태국인 근로자 사망사건을 수사하는 당국은 시신유기뿐만 아니라 해당 돼지농장의 불법 행위 전반에 대해서도 조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 노동자는 열악한 주거 공간에서 생활하며 번 돈 대부분을 태국의 가족에게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8일 “피의자의 범행동기나 수법 등은 상당 부분 파악된 상태이고 부검 최종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관계 기관과 함께 다른 불법행위는 없었는지 폭넓게 살피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포천시 등은 이 농장의 환경 상태와 고용 형태 등 전반을 조사하고 있다. 추가 불법 행위가 드러나면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시신을 유기한 60대 농장주 A씨는 지난 2일 자신이 운영하는 돼지 농장에서 일하던 태국인 노동자 B(67)씨가 숨지자 그의 시신을 트랙터로 운반해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부검 결과 타살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고, 건강상의 문제가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불법체류자(미등록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사실이 발각될까 두려워 범행을 저질렀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범행 당일 아들이 “경찰에 신고하자”고 말했지만, A씨는 시신을 유기했고 이 과정에서 아들도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와 아들을 형사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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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태국인 근로자 A씨가 지내던 숙소 옆 주방. 포천이주노동자센터
숨진 태국인 근로자 A씨가 지내던 숙소 옆 주방. 포천이주노동자센터
2013년 관광비자로 입국…월급은 가족에 송금B씨는 2013년 관광비자로 한국에 들어와 10여년간 이 농장에서 일하며 돼지우리 한 귀퉁이에 있는 숙소에서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B씨가 살았던 방 안에는 잡동사니와 쓰레기가 가득했다. 수사 당국은 이 같은 환경이 B씨의 사망에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파악하고 있다.

B씨는 월 100만원 초반대 급여를 받았으며 숨지기 직전에는 180만원 정도 받았다고 한다.

그는 담배와 커피 값 정도를 뺀 월급 대부분은 태국에 있는 가족에게 보냈으며 다른 태국인 근로자나 이웃과는 거의 교류가 없었다. 한국어를 잘하지 못했던 B씨는 대부분 홀로 시간을 보냈고, 야간까지 작업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태국의 B씨 가족에게도 사망 소식이 전달됐으며, 가족이 시신 수습을 위해 한국에 올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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