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억 기자의 건강노트] 황금똥의 추억

[심재억 기자의 건강노트] 황금똥의 추억

입력 2011-02-14 00:00
수정 2011-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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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생생합니다. 소싯적 얘깁니다.

궁핍한 농촌에서 겨울나기는 여간 힘겨운 일이 아닙니다. 입성은 허름하지, 날마다 군불 때 고래 덥혀야지…. 그중에서도 배를 채우는 일은 참 지난한 과제였습니다.

그렇다고 대책이 없는 건 아닙니다. 집집마다 안방, 건넌방에 수수깡 두대를 엮어 세워 살진 고구마를 그득 저장해 놓습니다. 겨우내 구워 먹고 삶아 먹을 ‘월동용 구호식량’입니다.

고구마를 얇게 썰어 짱짱한 볕에 바짝 말린 뺏때기(절간고구마)도 넉넉하게 마대에 담겨 있습니다.

그걸 줄창 먹어 댔습니다. 맞춤한 군것질거리가 없으니 도리없는 일이지요. 아랫목 설설 끓는 방에 두꺼운 솜이불 펴고 누울라치면 머리맡 소쿠리에선 삶은 고구마가 단내를 풍깁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아궁이에 묻어 둔 고구마가 노릇하게 익으면 겨울밤에 그만한 주전부리감이 어딨습니까. 그걸 끼니로도 삼고, 간식으로도 먹어 대니 배 속이 온통 고구마 판이지요. 아침에 푸세식 화장실에 궁둥이 까고 앉으면 뿌듯하게 밀고 나오던 그 당당한 고구마똥을 기억합니다.

용을 쓰지 않아도 마치 참기름이라도 바른 양 미끄덩하게 빠져나오는 쾌변의 쾌감이라니요. 군고구마 속살처럼 싯노랗게 숙성된 황금똥의 위세는 보기만 해도 뿌듯했지요.

고구마에는 위장, 소장, 대장과 찰떡궁합이라는 양질의 식이섬유가 많아 삼키는 순간부터 말끔하게 소화기 대청소가 시작되니, 이 판에 비만·변비·소화불량은 뭐며, 겁나다는 위암·대장암은 또 뭐겠습니까. 온 식구들이 퍼낸 노란 황금똥이 푸세식 화장실에 그득합니다.

그 눈부신 건강의 징표를 잊지 못합니다. 삶으면 어떻고 구우면 어떻습니까. 싸고 흔한 고구마 많이들 드세요. 아마 당신의 일상이 확 바뀌지 않을까요.

jeshim@seoul.co.kr
2011-02-14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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