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턴 11년 지휘봉 잡아 투자 없이도 중상위 올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알렉스 퍼거슨(72) 감독의 뒤를 이어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차기 사령탑에 데이비드 모예스(50) 에버턴 감독이 사실상 결정됐다.에버턴 구단은 9일 홈페이지를 통해 모예스 감독이 시즌을 마친 뒤 맨유로 가고 싶다는 뜻을 빌 켄라이트 구단주에게 밝혔다고 전했다. 아직 맨유 구단의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모예스가 이날 첼시-토트넘전이 열린 스탬퍼드브리지를 찾은 것도 경기 관전 때문이 아니라 런던에 거주하는 켄라이트 구단주의 내락을 받기 위한 것이란 관측이 퍼거슨의 은퇴 발표 직후 나왔다.
퍼거슨 감독처럼 스코틀랜드 출신인 모예스 감독은 1998년 리그1(3부 리그) 프레스턴 노스 엔드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한 뒤 2002년 3월부터 에버턴의 지휘봉을 잡았다. 우승과 같은 화려한 경력은 없지만, 적은 예산과 구단의 열악한 지원에도 팀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유망주들을 키워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15승15무6패(승점 60)로 정규리그 6위에 올라 있다.
경쟁자 가운데 가장 유력했던 이는 조제 모리뉴(50) 레알 마드리드 감독이었다.
맨유의 최고경영자(CEO)인 데이비드 길은 ‘MUTV’를 통해 퍼거슨의 후임 조건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맨유에 바칠 수 있는 사람’으로 못 박았다. 길 CEO는 “맨유의 유스팀부터 1군팀까지 클럽 사정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풍부한 국내 축구와 유럽 무대의 경험은 물론 충성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모예스만큼 부합하는 이가 없다. 에버턴을 지휘한 11년 동안 팀을 중상위권에 올려놓았다. 유럽축구연맹(UEFA)컵 경험도 있고 2005~06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진출시키기도 했다. 꾸준히 팀을 ‘톱 4’ 언저리에 올려놓은 점이 평가됐다. 충성심은 물론이다.
반면 모리뉴는 FC포르투(포르투갈), 첼시(잉글랜드), 인터밀란(이탈리아),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등 ‘빅 클럽’을 옮겨다니며 두 차례나 UEFA 챔스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능력은 출중하지만 한 구단에 오래 머무르지 못해 충성심에서 낮은 점수를 받는다.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모리뉴가 물망에서 제외된 이유 역시 맨유 구단이 그가 첼시에 돌아가기로 이미 비밀 합의를 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모예스가 맨유를 실제로 지휘하게 되면 프리미어리그 감독의 연쇄 이동이 예상된다. 스포츠 베팅업체인 ‘스카이벳’은 에버턴 감독에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위건 감독이 임명될 것으로 점쳤다. 대신 모리뉴는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의 후임으로 첼시에 복귀하고 첼시 감독이었던 카를로 안첼로티 파리 생제르맹(PSG) 감독이 모리뉴 대신 레알 마드리드를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최병규 기자 cbk91065@seoul.co.kr
2013-05-1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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