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식업체 수 사상 첫 감소
월평균 매출도 ‘35만원’ 줄어
“신속 추경 통해 경기 부양 필요”

서울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준규(52·가명)씨는 최근 배달 플랫폼에 내는 클릭당 광고비를 400원에서 600원으로 올렸다. 광고비 부담이 적지 않지만, 주문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결정했다. 김씨는 “코로나19가 유행할 땐 배달 주문은 많았는데 이제는 배달과 매장 손님이 모두 줄어들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내수 침체와 고금리 영향으로 자영업자들의 곡소리가 커진다. 1일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시 외식업체의 전체 월평균 매출액은 2조 288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1072억원(-4.5%) 줄었다. 1분기 기준 서울의 외식업체 매출액은 지난해(-150억원)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올해엔 감소 폭이 7배 넘게 커졌다. 전체 업종(-3.4%)과 비교해도 음식점업의 내림 폭이 두드러진다.
음식점업의 매출액 감소 폭은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0년(-9억원)보다 훨씬 크다. 경기침체로 외식업체 수와 점포당 매출이 일제히 쪼그라든 결과다. 1분기 서울시 외식업체는 1년 전보다 3495개(2.2%) 줄어든 15만 8001개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9년 이후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점포당 월평균 매출도 35만원 내린 1448만원으로 지난해 1분기(-29만 9000원)보다 내림세가 가팔라졌다.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0년(-28만 3000원)보다도 큰 폭이다.
내수 부진이 음식점업의 위기를 초래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4월 평균 소매판매액 불변지수는 1년 전보다 0.2% 감소했다. 특히 의류 등 준내구재(-4.7%)와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0.4%)가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소매판매는 2023년 마이너스로 전환한 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3년 연속 내리막을 이어갔다. 이를 반영하듯 올해 1분기 음식점업 생산도 3.4% 주저앉았다. 고금리·고물가 상황에서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수입은 줄고 이자 부담만 커진 탓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전체 금융기관에서 대출이자를 제때 갚지 못한 자영업자 비율은 1.67%로 코로나19 이전의 장기평균 수준(2012~2019년 평균 1.68%)에 가까워졌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새 정부에서 신속한 추경을 통해 지역화폐나 근로 보조금 등으로 경기를 부양하면 소비심리가 되살아나 소비도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5-06-0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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