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국 환율 관찰 대상국 지정
조건 미달한 달러 매도 집중 지적
“韓, 환율 개입해 무역 흑자” 의심
고환율 불 끄기는 ‘원화절상’ 효과
미국이 바라는 방향인데 억지 주장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 2025. 6. 3. 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한국을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재지정하면서 “한국 통화 당국이 외환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했다”며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 흐름과 우리 정부의 대응 방향을 보면 미국 측 주장은 일관성이 부족해 보인다. 관세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미국의 협상용 ‘환율 엄포’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5일(현지시간) ‘주요 교역 대상국의 거시경제 및 환율 정책’ 반기 보고서에서 한국·중국·일본 등 9개국을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했다. 한국은 ▲대미 무역 흑자 150억달러 이상 ▲경상수지 흑자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 ▲8개월 이상 순매수 달러액 GDP의 2% 이상 등 3가지 기준 가운데 ‘무역 흑자’ 2가지를 충족해 지정됐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가 역대 최대액을 기록한 영향이다.
그런데 보고서는 조건에 미달한 달러 매도와 환율 개입을 집중 부각했다. 미 재무부는 “한국 통화 당국이 지난해 4월과 12월에 외환시장에 개입했고, GDP의 0.6% 해당하는 112억달러를 순매도했다”면서 “한국은 평상시 외환 개입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통화 당국의 개입은 12·3 비상계엄 등 영향으로 치솟는 원달러 환율을 억제하기 위한 ‘불 끄기용’으로, 하락하는 원화 가치를 높여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목적이었다. 이런 조치는 미국이 무역 적자 해소를 위해 요구하는 ‘원화 절상’과 방향이 일치한다. 즉, 한국은 원달러 환율을 내리려고 했는데, 미국은 오히려 “인위적으로 환율을 올려 대미 무역에서 이익을 봤다”고 억지 주장을 한 것이다. 지금도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 중반까지 떨어지며 미국에 이득이 되는 원화 절상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미국의 환율 보고서가 환율 감시용이 아닌 관세 협상 압박용이란 관측이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미국 재무부와 상시적인 소통을 통해 환율 정책에 대한 상호 이해를 도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재무부는 기재부와의 환율 협상에서 환율의 등락이 아닌 개입 자체를 문제 삼으며 ‘원화 절상’을 강력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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