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빛 발견] ‘들’은 ‘복수’만을 뜻하지 않는다/이경우 어문팀장

[말빛 발견] ‘들’은 ‘복수’만을 뜻하지 않는다/이경우 어문팀장

이경우 기자
입력 2017-08-09 21:16
수정 2017-08-09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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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우 어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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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들 하세요?” ‘들’은 이렇게 주어가 복수라는 사실을 알린다. ‘그 사람들’, ‘저 나무들’에서처럼 가리키는 대상이 복수라는 사실도 뜻한다. 그렇지만 ‘들’이 단순히 ‘복수’만을 뜻하는 건 아니다. 가려진 의미도 있다.

여러 집 아이들이 수영장에서 수영을 배우고 있다. 이때 수영 강사는 “너희 어디 사니?”라고 묻지 않는다. “너희들 어디 사니?”라고 묻게 된다. ‘너희’라고 하면 한집안 아이들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우리는 이미 ‘들’에 ‘각각의’라는 뜻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의식하지 않고 상황에 맞춰 ‘너희’ 대신 ‘너희들’이라고 한다. ‘들’에는 이처럼 ‘각각의’라는 의미도 들어 있다.

그러니 “너희가 최고야”와 “너희들이 최고야”라는 말은 같지만 달리 들린다. “너희”는 단순히 뭉뚱그린 말로, “너희들”은 대상 각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우리’, ‘너희’, ‘저희’는 밋밋하지만, ‘우리들’, ‘너희들’, ‘저희들’은 그렇지 않다. ‘들’에는 ‘강조’의 뜻도 들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은 평범하게, ‘많은 사람들’은 더 힘 있게 읽힌다.

‘들’은 이 외에도 같은 종류의 사물이 더 있음을 나타내거나, 열거한 사물 모두를 뜻하기도 한다. ‘과일에는 사과, 배, 감 들이 있다’에서 그렇다. 여기서는 ‘복수’를 뜻하지 않는다. 이때는 ‘등’과 같은 의미로 쓰였다.
2017-08-1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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