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골 열고 뇌종양 수술중 환자는 색소폰연주…“해변에 누운듯”

두개골 열고 뇌종양 수술중 환자는 색소폰연주…“해변에 누운듯”

입력 2015-12-18 11:20
수정 2015-12-18 14:54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스페인의 색소폰 연주가 카를로스 아귈레라 씨는 지난 10월 15일 평생 잊지 못할, 특별한 연주를 했다.

9세 때부터 20년 가까이 색소폰을 불어온 그가 이날 연주한 ‘무대’는 스페인 남부 말라가 지방 병원의 수술실이었다.

관객은 아귈레라의 두개골을 열고 뇌종양 제거 수술을 하는 의료진뿐이었다.

부분 마취만 받아 의식이 또렷한 그는 12시간에 걸쳐 뇌수술을 받는 동안 재즈 명곡 ‘미스티’와 셀린 디옹의 ‘유 앤드 아이’를 여러 차례 연주했다.

또 사이사이 의사의 지시에 따라 1에서 10까지 숫자를 세거나 사물의 이름을 말하거나 자신이 보는 상황을 설명하거나 악보를 보는 일들도 반복했다.

수술 전 준비단계에서도 마찬가지 과정을 거쳤다.

의료진이 영상촬영장치를 통해 음악과 언어, 운동 등과 관련된 그의 뇌 부위를 정확히 찾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종양이 이런 대뇌피질 부위에 가까이 자리잡아 수술 도중 잘못 건드려 손상이 일어나지 않는지, 기능이 계속 제대로 작동하는지 등을 관찰할 수 있게 하려고 이런 방식을 사용했다.

스페인 일간지 엘 파이스 온라인판은 17일 아귈레라의 이색 ‘수술 연주’ 소식을 보도했다.

말라가 병원은 이미 유사한 수술을 12차례 했으나 환자에게 수술 중 숫자세기 등이 아닌 연주를 하게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술을 집도한 신경외과 의사 기예르모 이바네스는 “아귈레라가 음악인이고, 그의 생애와 직업에 가장 중요한 음악 언어와 운동 기능을 무엇보다 잘 보존해야 해 이런 수술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으며 앞으로 2주 뒤면 완전 회복돼 퇴원하게 될 것이라고 그는 밝혔다.

수술 중 환자가 연주한 일은 지난 6월 미국 캘리포니아 병원에서 딱 한 번 있었으며, 유럽에선 이번이 처음이라고 병원 측은 강조했다.

지난 16일 의료진 12명과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아귈레라는 “마치 해변에 누워있는 기분이었다”고 고 설명했다.

오케스트라에서 연주자로도 일하는 그는 “두 달 전 병상에 누워 있던 내가 다시 태어나 감사하다”며 평생 음악과 함께 살아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