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리뷰] ‘거미여인의 키스’

[연극리뷰] ‘거미여인의 키스’

입력 2011-02-21 00:00
수정 2011-02-21 00:5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진짜 게이가 아닐까 너무도 완벽한 열연

주변에 게이 친구들이 있다면 연극 ‘거미 여인의 키스’를 추천한다. 게이로서 겪는 아픔과 사랑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이미지 확대
‘거미’의 두 주인공은 낭만적 동성애자 몰리나와 반정부주의자인 냉혈한 발렌틴. 이념적으로 너무 다른 두 인간이 감옥에서 만나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애와 슬픈 사랑을 다뤘다. 아르헨티나 반체제 작가 마누엘 푸익이 1976년 스페인에서 발표한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1985년 영화로도 만들어져 큰 화제가 됐다.

연극을 보는 1시간 30분 동안, 생각은 친한 게이 친구 한 명에게 내내 머물렀다. 극에서 보여주는 몰리나의 특별한 감정, 사랑, 아픔은 이렇듯 동성애자들을 다시금 돌아보게 만들었다. 나도 모르는 새, 동성애에 대한 편견으로 친구를 규정했던 것은 아닐까.

몰리나 역의 정성화는 ‘혹시 진짜 게이가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몸짓, 음성, 말투 등의 연기가 놀라웠다. 요즘 유행어를 빌리자면 완벽한 ‘몰리나 빙의’였다. 몰리나가 들려주는 표범 여인의 영화 이야기는 발렌틴은 물론이거니와 관객도 100% 몰입하게 만든다.

작품은 동성애자와 동성애자 간의 결합이 아닌 이성애자와 동성애자의 결합을 다뤘다. 연출자 이지나씨는 “인간 대 인간의 사랑을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작품이 막바지를 달릴 때쯤 연출자의 의도는 관객에게 먹혀 들어간다. 가석방돼 하루빨리 어머니를 만나고 싶은 몰리나가 형무소 간수로부터 혁명가 발렌틴에 대한 정보를 캐내라는 요구를 받은 뒤 묘한 내적 갈등을 겪는 모습에서 동성애자·이성애자 여부를 떠나 인간의 신뢰, 사랑에 대한 근본적 고민을 느낄 수 있다. 발렌틴에게 “제발 동료들 얘기를 내게 하지 말아줘.”라며 울먹이는 몰리나의 대사는 오랫동안 귓가를 맴돈다.

몰리나는 뮤지컬 배우 박은태와 정성화가, 발렌틴은 최재웅과 김승대가 번갈아 연기한다. 정성화와 최재웅, 박은태와 김승대가 ‘커플’이다. 대학로 연극 축제 ‘무대가 좋다’의 일곱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4월 24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동성애를 육체적으로 표현한 장면 등 때문에 18세 이상 관람가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2011-02-21 2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총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로 하자 이를 둘러싸고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에 활기가 돌 것을 기대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비쿠폰 거부운동’을 주장하는 이미지가 확산되기도 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