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책세상] 덩샤오핑전

[지구촌 책세상] 덩샤오핑전

입력 2014-08-23 00:00
수정 2014-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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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110주년’ 덩샤오핑의 인생 역정

중국의 2세대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은 부도옹(不倒翁)으로 불린다. 그가 따르고 지지한 마오쩌둥(毛澤東)으로 인해 총 세 차례 실각을 반복하면서도 오뚝이처럼 일어나 개혁·개방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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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중앙문헌연구실이 덩샤오핑 탄생 110주년을 맞아 최근 발간한 ‘덩샤오핑전(鄧小平傳) 1904~1974’는 덩샤오핑의 출생부터 두 번째 복권까지의 인생 역정을 그린 대서사시다. 이 책은 간체자뿐 아니라 번체자로도 나와 중화권 지역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1933년 덩샤오핑의 첫 번째 실각이 당시 비주류였던 마오를 지지했기 때문인 반면, 두 번째는 마오로부터 미움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책은 소개했다.

마오는 문화대혁명(문혁) 시작 직후인 1966년 10월 당 중앙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덩샤오핑은 회의 때마다 내게서 멀찍이 떨어져 앉는다. 나를 마치 귀신 대하듯 겉으로는 공경하는 체하면서 실제로는 멀리한다. 1959년 이후 6년 동안 나를 한 번도 찾아온 적이 없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덩샤오핑이 대약진운동 말기에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을 내세워 마오의 정적인 류사오치(劉少奇)와 함께 실용주의 경제 노선을 채택해 그의 입지를 좁혔고, 마오의 문혁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로 일관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덩샤오핑은 이 회의를 계기로 주자파(走資派)로 몰려 공개 비난을 당했으며, 이듬해 3월 모든 공직을 박탈당한다. 당시 부총리직을 빼앗기고 7년가까이 가택 연금 당하거나 공장 노동자로 지낸 이때를 그는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로 꼽은 바 있다.

책은 그의 복귀를 둘러싸고 마오와의 사이에서 벌어진 비화도 처음 공개했다.

덩샤오핑은 당시 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로부터 주자파로 규정당한 것을 숙청의 신호로 읽고 마오에게 편지를 썼다. 이에 마오는 사람을 통해 앞으로도 계속 편지를 쓰라는 지침을 내렸다. 덩샤오핑의 전향을 보고 싶었던 것이라고 책은 적었다. 덩샤오핑은 “마오의 기치를 높이 들지 않은 게 나의 최대 과오였다”, “잘못을 만회할 기회를 한 번만 더 달라” 등 반성문에 가까운 처절한 편지를 써서 숙청을 피하고 훗날 복귀할 수 있었다고 책은 소개했다.

중국에선 덩샤오핑 탄생 110주년을 맞아 그의 전기가 대거 쏟아지고 있지만 모두 이 책처럼 개혁·개방이 전국에 시행된 1984년 이전까지의 이야기만을 담고 있다. 그의 최대 과오로 꼽히는 톈안먼(天安門)사태(1989)에 대해서는 역사적 평가를 유보한 셈이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2014-08-2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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