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간다더니 전장으로…중환자 부모 두고 포로된 北 청년

유학 간다더니 전장으로…중환자 부모 두고 포로된 北 청년

김유민 기자
김유민 기자
입력 2025-02-19 10:39
수정 2025-02-19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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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북한군 신문 영상을 추가로 공개했다. 이번 신문은 턱을 다쳐 말을 제대로 할 수 없는 1999년생 26살 저격수 대신, 다리를 다쳤지만 소통은 원활한 2005년생 스무살 소총병을 상대로 이뤄졌다. 사진은 신문에 응하고 있는 스무살 북한군 포로. 2025.1.14 젤렌스키 SNS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북한군 신문 영상을 추가로 공개했다. 이번 신문은 턱을 다쳐 말을 제대로 할 수 없는 1999년생 26살 저격수 대신, 다리를 다쳤지만 소통은 원활한 2005년생 스무살 소총병을 상대로 이뤄졌다. 사진은 신문에 응하고 있는 스무살 북한군 포로. 2025.1.14 젤렌스키 SNS


북한군 포로가 된 26세 청년의 비극적인 증언이 공개됐다. 외아들인 그는 ‘유학’을 미끼로 러시아에 보내졌고, 두 달 만에 전쟁터에 내몰렸다.

조선일보는 19일 우크라이나군에 포로로 잡힌 북한군 정찰·저격수 리모(26)씨와 소총수 백모(21)씨의 단독 인터뷰를 보도했다. 이들은 모두 외아들로, 기존에 알려진 ‘폭풍군단’이 아닌 ‘정찰총국’ 소속이었다.

2015년 입대해 제대를 앞두고 있던 리씨는 지난해 10월 ‘유학생 훈련’이란 말에 속아 러시아로 건너갔다. 그는 “전투 참가는 상상도 못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7월 자강도 홍수 피해 복구 지원에 나섰다가 갑자기 러시아행을 통보받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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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특수부대(SOF)는 26일(현지시간)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작전 수행 중 북한 병사를 포로로 잡았다며 이 병사의 사진을 텔레그램을 통해 공개했다. 이후 국가정보원은 포로 생포 사실을 확인했으나 부상 악화로 하루 만에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2024.12.26 텔레그램
우크라이나 특수부대(SOF)는 26일(현지시간)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작전 수행 중 북한 병사를 포로로 잡았다며 이 병사의 사진을 텔레그램을 통해 공개했다. 이후 국가정보원은 포로 생포 사실을 확인했으나 부상 악화로 하루 만에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2024.12.26 텔레그램


리씨는 “1월 5일부터 전투에 참가했다. 먼저 앞장선 부대들이 모두 희생됐다. 러시아에서 포 사격을 제대로 안 해줘서 무모한 희생이 많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세 명의 동료와 ‘배후 타격조’로 투입됐지만, 우크라이나군 매복에 걸려 동료들을 모두 잃었다.

특히 북한 보위부는 우크라이나군 드론 조종사들이 “전부 대한민국 군인”이라고 거짓 선전했다고 한다. 리씨의 부대는 실제 우크라이나군의 ‘마귀드론’(열 영상 감지기 장착 폭격용 드론) 공격으로 전멸했다. 그는 “나 말고 다섯 명이 있던 상태에서 다섯 명이 몽땅 다 희생됐다”고 말했다.

10년간 부모를 한 번도 못 본 리씨는 “부모님은 중환자”라며 “내가 포로가 된 걸 알면 평양에서 살지도 못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제대 후 대학을 다니려 했다”면서 “나는 아직 젊다. 부모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내 꿈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에 난민 신청을 하고 싶다”며 망명 의사를 밝혔다.

북한은 지난해 9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한 이후 군사 지원을 본격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씨의 증언은 북한이 자국 군인들을 기만하며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첫 증거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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