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하면 학점 인정해주는 대신 등록금 전액 납부 요구
대학생들이 기업에서 인턴 경험을 쌓는 산학협력제도가 ‘학점 장사’에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방학 때 인턴으로 일한 학생이 다음 학기까지 인턴십을 연장하려 할 때 일부 학교가 학점을 인정해준다는 이유로 등록금을 전액 내도록 하고 있어 새 학기를 앞둔 학생들이 속을 끓이고 있다.
학교 측은 “학점을 주니 등록금을 당연히 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학생들은 “등록금이라는 게 본질적으로 학점이 아니라 강의의 대가가 아니냐”고 반문한다.
서울 노원구에 있는 A여자대학교 4학년 강모(23·여)씨는 방학기간 컴퓨터 관련 전공을 살려 성동구의 한 이벤트 대행업체에서 웹서비스 개발을 담당했다. 학교에선 전공 2학점을 인정해줬고 월 30만원의 지원금도 줬다.
업무 만족도도 높았고 자신이 맡은 일을 책임지고 마치고 싶었던 강씨는 이달 28일 종료 예정인 인턴십을 연장하고 싶다고 학교 측에 요청했다.
그러자 학교는 인턴십을 연장하면 최대 12학점까지 인정해 주겠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그 대신 등록금 약 400만원을 전액 내야 한다고 했다. 월 30만원의 지원금도 끊어진다.
강씨는 최대 학점인 18학점도 아니고 12학점을 인정해주면서 등록금은 전부 다 내야 한다는 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등록금이 부담스러운데다가 아직 이수해야 할 전공학점이 13학점 남아 있었던 강씨는 결국 인턴십 연장을 포기했다.
인근 B대학교 학생들도 신학기를 앞두고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이 학교 산학연계강화인턴십 프로그램에 선발된 학생은 방학 때 8주간 인턴으로 일하면 전공 6학점을 인정받고 월 60만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그러나 이를 2학기까지 연장하면 역시 최대 12학점을 인정받는 대신 등록금을 전부 내야 한다.
B대학 관계자는 “학점을 인정해주니까 등록금을 받는 게 당연하다”면서 “등록금은 내기 어려운데 인턴십 연장을 하고 싶다면 학점은 포기하고 휴학을 한 채 일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인턴을 연장하고 싶어도 등록금과 졸업 필수 학점 등이 부담스러워 울며 겨자 먹기로 학교에 복귀하는 학생들은 학교 측의 처사에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석자은 대학교육담당은 “산학협력제도는 대학교가 ‘우리 학생을 좋은 사회인으로 키워달라’는 철학을 갖고 산업체에 보내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그런 교육이념이 없다는 것이 근원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현장실습을 빌미로 한 ‘학점 장사’는 이공계에서 오래전부터 지적된 문제인데 관습으로 굳어져 고쳐지지 않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대학교와 제휴를 맺고 학생 인턴을 받는 업체 쪽에서도 제도의 맹점 때문에 업무에 지장이 생긴다는 불만이 있다.
강씨가 일하는 이벤트 대행업체 대표 이모(35)씨는 “IT 업무 특성상 프로그래머가 바뀌면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면서 “산학협력을 맺은 지 3년째인데 다들 인턴을 연장하라고 하면 등록금이 부담스럽다며 학교로 돌아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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