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첫 재판…특검, 진경준·강만수 2심 판결 사례로 제시
‘비선 실세’ 최순실(62)씨의 항소심 재판이 시작되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심에서 일부만 유죄로 인정됐던 삼성 뇌물 혐의를 전부 유죄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항소심 출석하는 최순실과 안종범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 핵심인물인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항소심에 출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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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1심은 지난 2월 최씨에게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하면서도 삼성이 최씨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금을 내고,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낸 혐의에 대해서는 ‘부정한 청탁’이 없었다며 뇌물이 아니라고 봤다.
삼성이 건넸다는 433억원의 뇌물 혐의 중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제공한 승마지원 관련 부분만 일부 유죄로 인정됐다.
앞서 특검 측은 삼성 측에서 건넨 금품이 최씨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닌 영재센터 등 제3자에게 이익이 돌아갔다는 점을 고려해 제3자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혐의의 유죄 요건인 ‘부정한 청탁’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삼성이 ‘경영승계’라는 현안을 청탁 대상으로 삼아 금품을 건넸다는 게 공소사실이었지만 1심은 이 같은 현안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특검팀은 이날 항소심 재판에서 ‘부정한 청탁’의 존재를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특검팀은 “대법원 판례는 어떠한 직무의 대가로 금품 제공을 요구하고, 그 금품과 직무 현안이 서로 대가관계가 연결돼 있다면 재량 범위 내의 행위라고 하더라도 부정한 청탁은 성립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청탁 대상인 직무의 내용도 구체적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년 7월 항소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진경준 전 검사장의 판결을 사례로 들었다. 특검팀이 최씨의 제3자 뇌물 혐의와 구조가 비슷하다고 본 이 판결은 최씨의 항소심과 같은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4부에서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진 전 검사장이 한진그룹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서모 전 부사장에게 처남의 청소용역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게 한 혐의(제3자 뇌물수수)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
특검팀은 “진 전 검사장이 먼저 한진그룹 내사 사건을 종결 처분한 이후에 (처남에 대한) 금품 지원 요구가 있었다”며 “이 판례는 금품제공이 내사를 종결해준 대가가 아니라 이후 장기간 이익 제공이 계속되는 상황에 비춰 향후 회사를 잘 도와달라는 청탁의 대가라고 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씨의 1심에서 삼성 뇌물 혐의를 일부 무죄로 판단한 사유 중 하나는 공범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단독 면담한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이미 면담 전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주주총회 결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삼성으로선 청탁할 현안이 없었다는 게 1심 판단이지만 진 전 검사장의 판례에 비춰 보면 회사를 도와달라는 청탁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는 게 특검팀의 취지로 보인다.
특검팀은 작년 11월 항소심에서 징역 5년 2개월을 선고받은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의 판결도 제시했다. 이 사건 역시 형사4부에서 선고했다.
강 전 행장은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비리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지인 회사에 거액의 투자를 종용한 혐의 등을 받는다. 항소심은 강 전 행장이 남 전 사장으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았다는 점을 인정했다.
당시 형사4부는 “경영비리 의혹을 받던 남 전 사장이 강 전 행장으로부터 투자 지시를 받고 ‘명예롭게 퇴진시켜달라’는 말을 한 것은 배임 비리를 추가로 조사하거나 법적 조처를 하지 말아달란 말이 포함돼 대가관계가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부정한 청탁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취지다.
이날 재판에 나온 최씨는 법정을 이동할 때 한 수사 검사를 노려보며 불만이 있는 듯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
한편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사건을 맡은 형사8부(강승준 부장판사)는 전날 신 회장의 국정농단 사건과 경영비리 사건을 병합해 심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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