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국가 보물로 지정된 ‘진관사 태극기’
李대통령, 취임 첫날 우의장에 배지 선물받아
구주와 “찢어진 부분 왜 굳이 그대로 달고 나오냐”
우원식 “손상된 태극기 붙였다고 고발? 그냥 웃는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통령 왼쪽 가슴에 모서리가 찢어진 모양의 ‘진관사 태극기’ 배지(붉은 원)가 달려있다. 2025.06.05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모서리가 불탄 ‘진관사 태극기’를 본뜬 배지를 달았다는 이유로 ‘국기모독죄’로 고발당하자 배지를 직접 선물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그냥 웃습니다”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 의장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배지 사진과 함께 “이재명 대통령께 나라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일이 중요한 때라는 의미로 붙여드린 진관사 태극기. 손상된 태극기를 붙였다고 국기모독죄로 고발했다네요”라며 이같이 말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자유통일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사퇴한 구주와 변호사는 전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재명과 우원식을 형법 105조 국기모독죄로 형사고발”했다고 밝혔다.
구 변호사는 “대통령이 찢어진 국기를 본인의 가슴팍에 붙이고 다니는 해외사례를 혹시 보신 적이 있냐”며 “보통 유물을 복원할 때는 찢어진 부분, 훼손된 부분은 정상적인 형태로 다시 만드는 것이 상식이다. 더욱이 국기라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진관사 태극기가 발견됐을 때 만일 오물이나 먼지라도 묻어 있었다면 이재명이 가슴팍에 오물을 뒤집어쓰고 나왔겠냐. 아닐 것”이라며 “그런데 왜 찢어진 부분은 굳이 그대로 달고 나왔겠냐. 그건 태극기가 찢어진 게 너무나도 기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재명과 우원식은 엄벌에 처하여야 마땅하다”면서 고발장을 공개했다.
형법 제105조(국기, 국장의 모독)는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 또는 국장을 손상, 제고 또는 오욕”하면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 진관사에서 공개된 보물 ‘서울 진관사 태극기’ 모습. 2025.3.1 연합뉴스

진관사 태극기를 본떠 만든 배지. 우원식 국회의장 페이스북

이재명 대통령이 제20대 대선후보 시절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진관사 태극기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 11. 1 서울신문
이 대통령이 단 배지는 진관사 태극기를 본떠 만든 것이다. 2021년 국가 보물로 지정된 진관사 태극기는 2009년 5월 26일 서울시 은평구 진관사의 칠성각을 해체·복원하는 과정에서 불단 안쪽 벽체에서 발견됐다. 승려가 숨긴 것으로 추정되는 이 태극기는 발견 당시 ‘조선독립신문’, ‘독립신문’ 등을 보자기처럼 감싸고 있었다.
진관사 태극기는 3·1운동이 일어나고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유산청은 진관사 태극기에 대해 “왼쪽 윗부분 끝자락이 불에 타 손상됐고 여러 곳에 구멍이 뚫린 흔적이 있어 만세 운동 혹은 그 이후 현장에서 사용됐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설명한다.
진관사 태극기의 가장 큰 특징은 일장기 위에 태극과 4괘의 형상을 먹으로 덧칠해 항일(抗日) 의지를 극대화했다는 점이다.
국가유산청은 “일장기 위에 태극의 청색부분과 4괘를 검은색 먹물로 덧칠해 항일 독립의지와 애국심을 강렬하게 표현했으며, 일장기 위에 태극기를 그린 유일하고 가장 오래된 사례라는 점에서 독립운동사에서 차지하는 상징적 의미가 매우 크다”고 평가한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6월 4일 서울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 기념 오찬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진관사 태극기’를 달아주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 페이스북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이 대통령 왼쪽 가슴에 모서리가 찢어진 모양의 ‘진관사 태극기’ 배지가 달려있다. 2025.06.05 뉴시스
이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지난 4일 우 의장, 여야 대표들과 오찬을 함께 했는데, 이 자리에서 우 의장이 이 대통령에게 진관사 태극기 배지를 가슴에 달아줬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튿날인 5일 이 배지를 달고 첫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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